[칼럼] 제주도 한라산 하늘은 맑았다
김윤호 주필입력 : 2021. 03. 28(일) 17:39
지난 3월 22일(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발열 체크와 휴대품 검사, 검색대를 거쳐서 탑승 대기실에 들어서니, 제주항공 출발 시간이 넉넉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라는 코로나 시대라서 사람이 덜 밀리는 월요일을 출발일로 택했으나, 모두가 나 같은 생각에서인지 제주행 탑승객은 만원이었다.
다행히 비행기 창측 좌석에 앉게 되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 아래 도시들과 건물들이 아주 작아지고 구름 아래 어른거린다. 솜털처럼 떠 있는 뭉게 구름 사이사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땅을 보면서 부동산 투기로 시끄러운 세상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은하계의 수 많은 작은 별 중에 하나라고 한다. 작은 별, 지구에서 사람들은 땅에 선을 그어 놓고 내 것, 네 것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기 땅 한 평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남의 땅을 뺏으려고 수백만 명을 죽이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어린 괴물이 인간이기도 하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1990년 8월부터 갔는데, 한라산은 간지 20년 이상 되는 것 같다. 1994년 백두산문인협회를 창립하고 2000년 종합문예지 계간 「백두산문학」을 창간하고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을 20회 주최하였다. 다른 단체를 따라간 것까지 하면 20회 이상 갔다.
제주도는 신혼 여행도 가고, 단체로 몇 차례 갔으나, 한라산 백록담은 한 번 오른 것 같다. 백두산만 너무 찾은 것 같애서 한라산에게 미안한 생각마져 들었다.
이번 탐방으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여생에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조국, 우리 땅을 열심히 찾아 다니며 배우고 사랑해야겠다.
한 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제주공항에 고맙게도 우리 「백두산문학」 출신 이종실 수필가가 마중 나와 주었다. 제주 토박이로 제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을 지내고 지금은 (사)제주어보존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축협이 운영하는 제주한우 전문식당에서 제주 소주 ‘한라산 21’을 각 2병, 합 4병을 점심 겸해서 마셨다. 백두산 산신령이 그리운 한라산 산신령을 만난 기분이었다. 등단 수필도 잘 썼지만, 만나보니 인품은 더 휼륭했다. 부인도 향기로운 분이었다. 제주도와 제주의 역사·문화, 특히 제주어(濟州語)를 끔찍이 사랑하는 열정과 활동에 감동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이 이사장의 튀어나온 두 눈과 뭉퉁한 코, 덕성스러운 얼굴 모습이 평화와 사랑을 지키는 제주도 수호신이고 수문장, 한라산 산신령 돌하르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혼(魂)을 간직한 살아있는 돌하르방을 만났으니, 제주 방문의 의의와 보람을 모두 만끽한 기분이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이다.
서귀포로 넘어가서 인연이 많은 조옥순 시인과 강영식 수필가(서귀포선경리조트오피스텔 회장)를 반갑게 만나서 저녁을 먹고 제주시로 돌아와서 예약한 호텔 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 사람들에게 물어서 제주시에서 성판악(城板岳)으로 가려고 서귀포행 버스를 탔으나, 서귀포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성판악을 지나지 않는 버스를 탔다는 것을 알았다. 운전기사에게 물어서 제주행 281번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11시경에 내렸다.
한라산(漢拏山) 탐방로 입구 성판악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돌하르방과 바다의 여신을 상징하는 현무암 돌할망은 코로나 예방용 마스크 착용을 시범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자연유산 국립공원 한라산 입장료는 없었다. 제주도의 후한 인심을 느꼈다.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 백록담(白鹿潭)은 성판악에서 9,6km,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탐방로 안내판이 올라가는 길 곳곳에 친절하게 세워져 있었다.
바람도 없고 날씨는 쾌청하다. 나무와 돌로 길은 잘 정돈되어 있다. 모처럼 등허리에 땀을 흠뻑 흘리며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송송 구명이 뚫린 화산석(火山石)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응달진 골짜기에는 덜 녹은 잔설이 남아 있었다. 백록담 아래 2.3km에 있는 마지막 휴게소,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해서 빵과 음료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2시 30분 백록담을 향하여 출발하려고 하니,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만류했다. 백록담까지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너무 늦다는 것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30분에 통과해야 무난히 정상에 갔다가 해 지기 전에 하산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 말이 합리적이어서 나는 백록담은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했다. 진달래도 아직 피지 안했고, 푸른 계절을 꿈꾸며 한겨울 추위를 견디어낸 맨살의 나목(裸木)들이 환영해 주는 초봄의 한라산도 참 좋았다. 자신을 냉정히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한라산 산신령님이 나를 사랑해서 한 번 더 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돌하르방과 돌할망도 모르게 새벽 일찍 찾아갈 생각이다.
김윤호 주필
다행히 비행기 창측 좌석에 앉게 되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저 아래 도시들과 건물들이 아주 작아지고 구름 아래 어른거린다. 솜털처럼 떠 있는 뭉게 구름 사이사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땅을 보면서 부동산 투기로 시끄러운 세상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은하계의 수 많은 작은 별 중에 하나라고 한다. 작은 별, 지구에서 사람들은 땅에 선을 그어 놓고 내 것, 네 것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기 땅 한 평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남의 땅을 뺏으려고 수백만 명을 죽이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어린 괴물이 인간이기도 하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1990년 8월부터 갔는데, 한라산은 간지 20년 이상 되는 것 같다. 1994년 백두산문인협회를 창립하고 2000년 종합문예지 계간 「백두산문학」을 창간하고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을 20회 주최하였다. 다른 단체를 따라간 것까지 하면 20회 이상 갔다.
제주도는 신혼 여행도 가고, 단체로 몇 차례 갔으나, 한라산 백록담은 한 번 오른 것 같다. 백두산만 너무 찾은 것 같애서 한라산에게 미안한 생각마져 들었다.
이번 탐방으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여생에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조국, 우리 땅을 열심히 찾아 다니며 배우고 사랑해야겠다.
한 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제주공항에 고맙게도 우리 「백두산문학」 출신 이종실 수필가가 마중 나와 주었다. 제주 토박이로 제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을 지내고 지금은 (사)제주어보존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축협이 운영하는 제주한우 전문식당에서 제주 소주 ‘한라산 21’을 각 2병, 합 4병을 점심 겸해서 마셨다. 백두산 산신령이 그리운 한라산 산신령을 만난 기분이었다. 등단 수필도 잘 썼지만, 만나보니 인품은 더 휼륭했다. 부인도 향기로운 분이었다. 제주도와 제주의 역사·문화, 특히 제주어(濟州語)를 끔찍이 사랑하는 열정과 활동에 감동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이 이사장의 튀어나온 두 눈과 뭉퉁한 코, 덕성스러운 얼굴 모습이 평화와 사랑을 지키는 제주도 수호신이고 수문장, 한라산 산신령 돌하르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혼(魂)을 간직한 살아있는 돌하르방을 만났으니, 제주 방문의 의의와 보람을 모두 만끽한 기분이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큰 축복이다.
서귀포로 넘어가서 인연이 많은 조옥순 시인과 강영식 수필가(서귀포선경리조트오피스텔 회장)를 반갑게 만나서 저녁을 먹고 제주시로 돌아와서 예약한 호텔 방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 사람들에게 물어서 제주시에서 성판악(城板岳)으로 가려고 서귀포행 버스를 탔으나, 서귀포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성판악을 지나지 않는 버스를 탔다는 것을 알았다. 운전기사에게 물어서 제주행 281번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11시경에 내렸다.
한라산(漢拏山) 탐방로 입구 성판악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돌하르방과 바다의 여신을 상징하는 현무암 돌할망은 코로나 예방용 마스크 착용을 시범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자연유산 국립공원 한라산 입장료는 없었다. 제주도의 후한 인심을 느꼈다.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 백록담(白鹿潭)은 성판악에서 9,6km,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탐방로 안내판이 올라가는 길 곳곳에 친절하게 세워져 있었다.
바람도 없고 날씨는 쾌청하다. 나무와 돌로 길은 잘 정돈되어 있다. 모처럼 등허리에 땀을 흠뻑 흘리며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송송 구명이 뚫린 화산석(火山石)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응달진 골짜기에는 덜 녹은 잔설이 남아 있었다. 백록담 아래 2.3km에 있는 마지막 휴게소,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해서 빵과 음료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2시 30분 백록담을 향하여 출발하려고 하니,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만류했다. 백록담까지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너무 늦다는 것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 30분에 통과해야 무난히 정상에 갔다가 해 지기 전에 하산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 말이 합리적이어서 나는 백록담은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했다. 진달래도 아직 피지 안했고, 푸른 계절을 꿈꾸며 한겨울 추위를 견디어낸 맨살의 나목(裸木)들이 환영해 주는 초봄의 한라산도 참 좋았다. 자신을 냉정히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한라산 산신령님이 나를 사랑해서 한 번 더 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돌하르방과 돌할망도 모르게 새벽 일찍 찾아갈 생각이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