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배구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여자부 팀은 아마 흥국생명일 것이다.

시즌 초반은 긍정적인 요소들로 가득찼다.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을 잔류시키고 쌍둥이 자매인 이다영을 현대건설로부터 데려온 흥국생명은 '월드 스타' 김연경의 영입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개막 10연승을 질주할 때만 해도 모두가 흥국생명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겼다. '흥벤져스(흥국생명+어벤져스)'의 위력을 확인한 이들의 관심은 흥국생명의 순위가 아닌 시즌 내내 몇 패나 당할까로 옮겨졌다.

꽃길만 걸을 듯 했던 흥국생명은 2월 초 엄청난 변수와 마주했다. 핵심 멤버인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 폭력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된 것이다. 두 선수는 곧장 해당 내용을 시인하고 팀을 떠났다.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었다. 주전 레프트와 세터가 빠진 흥국생명은 크게 휘청거렸다. 기존 백업 선수들로 공백을 채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의 기량은 생각만큼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정규리그 우승팀이라는 칭호는 흥국생명이 아닌 GS칼텍스에 돌아갔다.

2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흥국생명은 20일부터 IBK기업은행과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전망은 무척 어둡다. 흥국생명은 학교 폭력 논란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8경기 성적은 2승6패에 불과하다.

봄 배구에서 탈락한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를 한 차례씩 잡았을 뿐 나머지 경기는 맥없이 헌납했다. 플레이오프 상대인 IBK기업은행에는 두 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흥국생명 선수단은 화려하게 시작해 초라하게 막 내린 정규시즌을 뒤로 하고 포스트시즌 준비에 매진 중이다.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끝나는 다음 달 초에는 롤러코스터 시즌의 진짜 결말을 알 수 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