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H 투기 관련자는 패가망신시켜야 한다
김윤호 주필입력 : 2021. 03. 14(일) 17:34
요즘 우리나라는 온통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토지투기 사건으로 난리(亂離)다. 난리의 본래 뜻은 전쟁이 나서 피난 가고 군대 가고 하면서 가족끼리도 이별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죽는 등 이별을 하니 온통 난장판이 되고 죽을 판이 되었다는 뜻이다. 현대판 난리가 따로 없다. 이것이 바로 진짜 난리다.
지난 2일 우리 사회의 양심과 정의감을 대변해온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역인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 토지를 LH 직원 13명이 사들이고 투기했다는 정보를 폭로했다. LH공사 직원들의 100억대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을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협의하여 사실상 계획하고 보상하고 추진하는 공기업이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추진과 보상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정도가 아니다. 고양이는 먹는 양이라도 적다. LH 직원들은 1만4천3백여명 된다고 한다. 그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국토부 직원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수십만명에 달한다. 얼른 생각해 보아도 수십만명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예정지역과 그 부근에 농지와 주택, 토지와 임야 등을 매입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일부러 시킨 일도 아닌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일은 곧잘 일어난다. 실제 직장인 익명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LH 재직을 인증한 한 이용자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LH 직원 추정 회원도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투자가 몰리는 판국이다. 1만명 넘는 LH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 걸렸을 수도 있다.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겠느냐고 자신들에게만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전 국민이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 그런 민심을 아는지,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등 공직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기관 설립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정 총리는 또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차명 거래 등 불법 투기행위를 철저히 규명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등 고위 관계자들도 모두 나서서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시대를 끝내겠다,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 뿌리를 뽑겠다, 위법 이전에 국민 배신행위다, 철저히 수사하라, 부동산과의 전쟁이다, 시세차익의 5배까지 환수하는 입법도 추진한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는 끝장을 본다는 등 진짜 비장하고 최선의 방안들이 쏟아졌다. 듣기만해도 만족하고 모든 것이 해결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지난 11일, 정 총리는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LH의 전 직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개했던 직원 13명을 포함하면 정부가 지난 4일 합조단을 출범시켜 새롭게 밝혀낸 직원은 7명에 불과했다. LH 직원이 토지 매입을 실명으로 한 경우만 밝힌 것이어서, 가족 및 차명 거래는 규명되지 않았다.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공직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애초에 발본색원이라는 말은 왜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뿌리를 하도 뽑아버려서 뽑을 뿌리가 없어서 못 뽑았는지는 몰라도 해도 너무 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 사의 표명과 한시적 사표 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변죽만 울려서는 들끓는 국민 분노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검찰이나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지 않고 LH 직원들과 주택 계획을 설계하고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국토부가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 사정기관을 총동원하여 전광석화 같은 광범한 압수수색과 강제 수사를 해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처리와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과 현 정부, 더불어민주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LH 직원들은 농지를 매입하여 가짜 농지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토지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농지에 묘목을 빼곡하게 심았다.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하고 차명거래에 근저당권 설정, 미등기 전매(轉賣) 수법까지 동원하면 정말 세상 없어도 난공불락(難攻不落)이다. 전문 투기꾼 뺨치는 노하우와 자금력을 동원할 수가 있으니, 감히 도전할 자, 파헤칠 자 어디 있으랴!
지난 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약 50명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서 ’한국농지투기공사‘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계란과 소금, 밀가루를 던지면서 시위를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직원이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저희 본부에는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항의시위를 조롱했다.
요즘 2030 청춘들은 일자리와 주택 문제에 영혼까지 모두 끌어 모은다는 ‘영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이번 정교하고 조직적이고 고차원적인 LH직원 투기 의혹을 보면서 절망한 청춘들은 영혼까지 털렸다고 해서 ’영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김윤호 주필
지난 2일 우리 사회의 양심과 정의감을 대변해온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3기 신도시 예정지역인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 토지를 LH 직원 13명이 사들이고 투기했다는 정보를 폭로했다. LH공사 직원들의 100억대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을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협의하여 사실상 계획하고 보상하고 추진하는 공기업이다. LH 직원들은 신도시 추진과 보상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들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정도가 아니다. 고양이는 먹는 양이라도 적다. LH 직원들은 1만4천3백여명 된다고 한다. 그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국토부 직원과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수십만명에 달한다. 얼른 생각해 보아도 수십만명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예정지역과 그 부근에 농지와 주택, 토지와 임야 등을 매입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일부러 시킨 일도 아닌데,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일은 곧잘 일어난다. 실제 직장인 익명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LH 재직을 인증한 한 이용자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LH 직원 추정 회원도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투자가 몰리는 판국이다. 1만명 넘는 LH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 걸렸을 수도 있다.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직원 중 광명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겠느냐고 자신들에게만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전 국민이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 그런 민심을 아는지,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등 공직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기관 설립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지시했다. 정 총리는 또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차명 거래 등 불법 투기행위를 철저히 규명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등 고위 관계자들도 모두 나서서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시대를 끝내겠다,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 뿌리를 뽑겠다, 위법 이전에 국민 배신행위다, 철저히 수사하라, 부동산과의 전쟁이다, 시세차익의 5배까지 환수하는 입법도 추진한다,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는 끝장을 본다는 등 진짜 비장하고 최선의 방안들이 쏟아졌다. 듣기만해도 만족하고 모든 것이 해결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지난 11일, 정 총리는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LH의 전 직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개했던 직원 13명을 포함하면 정부가 지난 4일 합조단을 출범시켜 새롭게 밝혀낸 직원은 7명에 불과했다. LH 직원이 토지 매입을 실명으로 한 경우만 밝힌 것이어서, 가족 및 차명 거래는 규명되지 않았다.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공직자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애초에 발본색원이라는 말은 왜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뿌리를 하도 뽑아버려서 뽑을 뿌리가 없어서 못 뽑았는지는 몰라도 해도 너무 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 사의 표명과 한시적 사표 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변죽만 울려서는 들끓는 국민 분노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검찰이나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지 않고 LH 직원들과 주택 계획을 설계하고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국토부가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 사정기관을 총동원하여 전광석화 같은 광범한 압수수색과 강제 수사를 해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처리와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과 현 정부, 더불어민주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LH 직원들은 농지를 매입하여 가짜 농지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고, 토지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농지에 묘목을 빼곡하게 심았다.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하고 차명거래에 근저당권 설정, 미등기 전매(轉賣) 수법까지 동원하면 정말 세상 없어도 난공불락(難攻不落)이다. 전문 투기꾼 뺨치는 노하우와 자금력을 동원할 수가 있으니, 감히 도전할 자, 파헤칠 자 어디 있으랴!
지난 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약 50명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서 ’한국농지투기공사‘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계란과 소금, 밀가루를 던지면서 시위를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LH 직원이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저희 본부에는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항의시위를 조롱했다.
요즘 2030 청춘들은 일자리와 주택 문제에 영혼까지 모두 끌어 모은다는 ‘영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이번 정교하고 조직적이고 고차원적인 LH직원 투기 의혹을 보면서 절망한 청춘들은 영혼까지 털렸다고 해서 ’영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