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출신 미드필더 백승호(24)의 영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소년 시절 백승호를 지원해온 수원 삼성과의 법적 분쟁 가능성에 따른 조치다.

전북 백승권 단장은 2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백승호 영입 작업을 중단한다"면서 "수원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게 먼저다. 당사자들끼리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북은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스페인축구협회에 백승호의 로컬 룰 적용 여부를 문의한 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영입을 본격 추진했다. 백승호는 2016년 1월 바르셀로나와 프로 계약을 맺어 올해 1월 '5년 룰'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전북 김상식 감독도 백승호를 두고 "전북 스타일"이라고 밝히며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선임된 한국 축구 전설 박지성 위원도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백승호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입단 전 수원 삼성과 입단 합의를 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수원 삼성 측에 따르면 백승호는 지난 2010년 바르셀로나 유학 전 매탄고 진학 조건으로 수원으로부터 3년간 매년 1억원씩 총 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백승호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과 5년 계약을 맺으면서 매탄고 진학이 어려워지자 'K리그 복귀 시 무조건 수원에 입단한다'는 2차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전북은 지난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백승호 영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백 단장은 "K리그 근간을 흔들 이유는 없다. 애초 몰랐던 일이라 진행했지만, 알았다면 영입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원과 리그 경쟁자지만, 동시에 동업자이기도 하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원과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때 다시 영입을 고려할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영입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전북이 백승호 영입에 손을 떼면서 열쇠는 수원 삼성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제 백승호가 K리그로 돌아오려면 수원으로부터 선수 포기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받거나, 2차 합의서대로 수원 삼성에 입단해야 한다.

수원 삼성 구단 관계자는 "전북이 백승호와 접촉했단 소식을 듣고 우리는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우선 협상을 무시한 채 전북과 계약을 추진할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이 문제가 아니다. K리그 유소년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한 해 유소년에만 20억원을 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어린 선수 육성에 투자하겠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수원 삼성은 조만간 백승호의 부친을 만날 계획이다. 백승호는 지난 주말 귀국해 자가 격리 중이다.

백승호 측과 법적 분쟁까지 준비했던 수원 삼성은 사과를 받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전북이 손을 뗐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원 삼성이 백승호 영입을 원하는 건 아니다.

수원 측은 "구단과 신의를 저버린 선수를 영입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지금은 백승호 측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