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택한 양현종(33)이 에이스 타이틀도 내려놓고, 도전자로 돌아간다.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은 에이스 자리가 익숙하다.

2009년 12승(5패)을 올리며 처음으로 두 자릿 수 승리를 쌓은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2017년에는 20승(6패)을 수확하며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통산 성적은 425경기 147승95패9홀드 평균자책점 3.83. KBO리그 역대 다승 4위고, 현역 선수 중에는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린 투수다. '대투수'라는 별명도 그를 따라다녔다.

그런 그에게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이 마음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2014시즌 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받자 한국 잔류를 택했다. 그러나 미련은 거두지 못했다.

결국 양현종은 2020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상황은 2014년에 비해 나아질 게 없었다.

양현종은 2020년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이전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십대 중반이던 그의 나이도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큰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까지 겹쳤다.

그러나 양현종은 꿈을 접지 않았다. 원소속팀인 KIA와 협상도 접고 미국 진출에 집중했다. 선발 보장, 마이너리그 거부권 등 조건도 모두 포기했다. 오로지 도전을 향한 의지만 다졌다.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왔다.

양현종은 13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스플릿 계약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을 달리한다.

메이저리그 승격 시 양현종은 130만 달러를 받고, 인센티브 55만 달러 등 최대 185만 달러를 수령한다.

보장된 건 없다.

안정적인 자리와 익숙한 환경, 보장된 연봉 등도 모두 내려놓고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한 생존 경쟁을 치른다. 당장 초청선수 신분으로 참가하게 되는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텍사스의 선발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건 양현종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텍사스는 카일 깁슨, 마이크 폴티네비치, 아리하라 고헤이 등 3명이 선발로 내정됐다. 나머지 자리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양현종은 조던 라일스, 데인 더닝, 카일 코디 등과 함께 4~5선발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된다.

스플릿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도 않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이대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264, 1홈런 7타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발산했고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시즌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플래툰 1루수로 기용되면서 104경기에 나서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의 성적을 냈다.

미국 진출이라는 첫 번째 산을 넘은 양현종은 이제 진짜 메이저리거의 꿈을 위해 더욱 중요한 시간을 앞두고 있다.

광주에서 훈련 중인 그는 비자문제가 협의되면 미국으로 건너가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다.

양현종은 소속사를 통해 "새로운 마음으로 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KIA팬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에게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