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동학대 정인이 사건을 바라보며
김윤호 논설위원입력 : 2021. 01. 17(일) 16:07
16개월된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으로 눈물을 흘린 국민들이 많다. 나도 감성이 많은 탓인지 정인이 학대 받은 보도를 보면서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렀다. 아프고 슬프게 떠나간 정인이도 불쌍하지만,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에 분노했다. 인간의 잔인함과 악마성에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천사 같은 아이를 왜 입양을 해서 학대를 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입양 8개월 동안 800여 개의 학대 장면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학대했다는 사실 앞에서 양부모는 이미 정신병자이거나, 사람이기를 포기한 악마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학대를 하면서 동영상을 찍어가면서 즐기던 8월에는 EBS TV ‘어느 특별한 가족’ 프로그램에 입양가족으로 출연해서 좋은 부모인양 연기했다고 한다.
정인이는 2019년 6월 10일 출생하여 2020년 2월 3일 입양되었다. 2020년 5월 25일 병원이 최초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6월 29일 양부모 지인이 2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9월 23일 병원이 3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에는 내사 종결, 두 번째는 혐의 없음,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세 번째는 현장 내사 종결 처리했다. 10월 13일 생후 492일, 입양 254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 12명은 징계 받고 경찰청장이 대 국민사과를 하고 양천결찰서장은 대기 발령했다. 경찰 전부는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 경찰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믿음을 주는 경찰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다. 진심으로 억울하고 아프고 피해를 받는 약자를 생각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표피적인 사건 처리를 하는 경향이 많다. 사전 폭주와 인력 부족을 탓할지 모르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나도 경찰의 잘못된 사건 처리를 많이 체험했다. 경찰의 상식에 어긋난 이러한 안이한 사건 처리로 국민적인 지탄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 조직과 조직문화의 혁신을 위해서 뼈를 깎는 성찰과 철저한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양부모가 정인이에게 가한 학대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돌 무렵부터 쇄골을 골절시키고 사망하는 날까지 온몸에 멍 자국이 들고 뼈가 수 없이 부러지도록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했다. 서 있는 아기의 다리를 벌려 놓거나 걸음마 중인 아기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지게 하면서 깔깔 웃으며 동영상을 촬영, 아기를 마치 가방 들듯이 목덜미만 잡은채 들어서 발이 공중에 떠 있게 하기, 굶기고 배고파할 때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을 먹임, 똥 냄새나 뒷처리가 싫어서 돌 지난 아이에게 죽 형태의 이유식을 아주 조금만 먹이기, 차 안에 아이만 남겨두고 남편과 친딸 셋이서만 외식하려 가면서 몇 시간 동안 홀로 방치하고 방에도 자주 홀로 가두어 놓고 친딸 만 데리고 외출하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정인이 동영상을 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양모가 정인이가 탄 유모차만 세차게 안으로 밀어버려서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문턱에 덜컹거리면서 흔들리며 지나서 벽에 부딪히고, 정인이는 공포감에 상체를 앞으로 90도로 구부려서 그 가날픈 손으로 살겠다고 유모차 손잡이를 꼬옥 쥐고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엘리리베이터에서 나갈 때도 사정없이 밀어버려서 문턱에 걸려서 정인이 발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부검 결과, 쇄골, 후두골, 늑골, 견갑골, 대퇴골이 골절되었고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과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 전신(등, 옆구리, 배, 다리, 등) 피하(皮下) 출혈이 있었다.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등 쪽을 맞아서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뼈와 살, 창자까지 피 흘리고 온몸이 모두 멍들고 부서진 것이다.
양부모는 모두 기독교대학을 졸업하고 양부 안 씨는 사랑과 구원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기독교방송국(CBS) 본사 방송경영실에서 근무했다. 양부의 아버지는 경북 안동 어느 교회 목사이고, 양모 장 씨의 아버지는 경북 포항 양덕 어느 교회 목사이다. 양모의 어머니는 남편이 목회하는 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장이다. 2020년 9월말 경, 장 씨가 유방 확대 수술을 받았고 포항 어린이집 원장인 친정 어머니가 이들 부부집에 며칠 간 상주했기 때문에 정인이의 상태를 모를 수가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발간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아동학대 2만 2367건, 2001년 2015건으로 10배 가령 증가했다. 언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양부모 포함)가 76.8%인 1만 7177건이고, 친부모 학대 비율이 73.3%(1만 6,386건)로 제일 많고, 다음으로 어린이집 교사 등 대리 양육자가 14.9%(3343건), 친인척 14.8%(1,067건), 타인1.3%(294건)이다. 양모와 함께 양부도 아동학대치사가 아니고 미필적(未必的) 고의(故意)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서 엄중 처벌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을 가능하게 했던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과 집행하는 경찰, 검찰, 법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빨리 고쳐야 한다.
16개월된 입양아 천사 정인이는 그렇게 아프고 슬프게 이 세상을 떠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크도 작은 정인이가 아프고 울고 있을 것이다. 정인이와 같은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을 때만, ‘정인아, 미안해’하고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친부모와 양부모, 교사, 아동보호기관 종사자, 경찰, 검찰, 법원 등을 포함하여 전 국민이 약자의 아픔에 눈을 떠야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
처음 이 사건을 들었을 때, 천사 같은 아이를 왜 입양을 해서 학대를 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입양 8개월 동안 800여 개의 학대 장면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학대했다는 사실 앞에서 양부모는 이미 정신병자이거나, 사람이기를 포기한 악마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학대를 하면서 동영상을 찍어가면서 즐기던 8월에는 EBS TV ‘어느 특별한 가족’ 프로그램에 입양가족으로 출연해서 좋은 부모인양 연기했다고 한다.
정인이는 2019년 6월 10일 출생하여 2020년 2월 3일 입양되었다. 2020년 5월 25일 병원이 최초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6월 29일 양부모 지인이 2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9월 23일 병원이 3번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에는 내사 종결, 두 번째는 혐의 없음,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세 번째는 현장 내사 종결 처리했다. 10월 13일 생후 492일, 입양 254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 12명은 징계 받고 경찰청장이 대 국민사과를 하고 양천결찰서장은 대기 발령했다. 경찰 전부는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 경찰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믿음을 주는 경찰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다. 진심으로 억울하고 아프고 피해를 받는 약자를 생각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표피적인 사건 처리를 하는 경향이 많다. 사전 폭주와 인력 부족을 탓할지 모르나,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나도 경찰의 잘못된 사건 처리를 많이 체험했다. 경찰의 상식에 어긋난 이러한 안이한 사건 처리로 국민적인 지탄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 조직과 조직문화의 혁신을 위해서 뼈를 깎는 성찰과 철저한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양부모가 정인이에게 가한 학대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돌 무렵부터 쇄골을 골절시키고 사망하는 날까지 온몸에 멍 자국이 들고 뼈가 수 없이 부러지도록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했다. 서 있는 아기의 다리를 벌려 놓거나 걸음마 중인 아기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지게 하면서 깔깔 웃으며 동영상을 촬영, 아기를 마치 가방 들듯이 목덜미만 잡은채 들어서 발이 공중에 떠 있게 하기, 굶기고 배고파할 때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을 먹임, 똥 냄새나 뒷처리가 싫어서 돌 지난 아이에게 죽 형태의 이유식을 아주 조금만 먹이기, 차 안에 아이만 남겨두고 남편과 친딸 셋이서만 외식하려 가면서 몇 시간 동안 홀로 방치하고 방에도 자주 홀로 가두어 놓고 친딸 만 데리고 외출하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정인이 동영상을 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양모가 정인이가 탄 유모차만 세차게 안으로 밀어버려서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문턱에 덜컹거리면서 흔들리며 지나서 벽에 부딪히고, 정인이는 공포감에 상체를 앞으로 90도로 구부려서 그 가날픈 손으로 살겠다고 유모차 손잡이를 꼬옥 쥐고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엘리리베이터에서 나갈 때도 사정없이 밀어버려서 문턱에 걸려서 정인이 발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부검 결과, 쇄골, 후두골, 늑골, 견갑골, 대퇴골이 골절되었고 소장, 대장, 장간막 파열과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 전신(등, 옆구리, 배, 다리, 등) 피하(皮下) 출혈이 있었다.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등 쪽을 맞아서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다. 뼈와 살, 창자까지 피 흘리고 온몸이 모두 멍들고 부서진 것이다.
양부모는 모두 기독교대학을 졸업하고 양부 안 씨는 사랑과 구원의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기독교방송국(CBS) 본사 방송경영실에서 근무했다. 양부의 아버지는 경북 안동 어느 교회 목사이고, 양모 장 씨의 아버지는 경북 포항 양덕 어느 교회 목사이다. 양모의 어머니는 남편이 목회하는 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장이다. 2020년 9월말 경, 장 씨가 유방 확대 수술을 받았고 포항 어린이집 원장인 친정 어머니가 이들 부부집에 며칠 간 상주했기 때문에 정인이의 상태를 모를 수가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발간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아동학대 2만 2367건, 2001년 2015건으로 10배 가령 증가했다. 언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부모(양부모 포함)가 76.8%인 1만 7177건이고, 친부모 학대 비율이 73.3%(1만 6,386건)로 제일 많고, 다음으로 어린이집 교사 등 대리 양육자가 14.9%(3343건), 친인척 14.8%(1,067건), 타인1.3%(294건)이다. 양모와 함께 양부도 아동학대치사가 아니고 미필적(未必的) 고의(故意)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서 엄중 처벌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을 가능하게 했던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과 집행하는 경찰, 검찰, 법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빨리 고쳐야 한다.
16개월된 입양아 천사 정인이는 그렇게 아프고 슬프게 이 세상을 떠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크도 작은 정인이가 아프고 울고 있을 것이다. 정인이와 같은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을 때만, ‘정인아, 미안해’하고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친부모와 양부모, 교사, 아동보호기관 종사자, 경찰, 검찰, 법원 등을 포함하여 전 국민이 약자의 아픔에 눈을 떠야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