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위해 지갑을 연 삼성 라이온즈가 오재일(34)에 거포 갈증을 해결해주길 기대한다. 동시에 수비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삼성은 14일 오재일과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24억원, 연봉 합계 22억원(2021~2022년 각 6억원·2023~2024년 각 5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매해 1억원)이다.

삼성이 외부 FA를 영입한 것은 2017년 11월 포수 강민호와 계약한 이후 3년 만이다.

지난달 29일 FA 시장이 막을 올렸을 때부터 삼성은 오재일 영입에 공을 들였고, 결국 오재일의 마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오재일 측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6차례 정도다. 통화는 매일같이 했다"며 "영입을 위해 여러모로 공을 많이 들였고, 계약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같이 오재일 영입에 힘을 쏟은 것은 거포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로 떠난 이후 토종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2017~2019년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떠나면서 특히 올 시즌에는 거포 부재로 골치를 앓았다. 토종 타자 중에 4번 타자감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이점도 살리지 못했다. 올 시즌 삼성은 팀 홈런 129개로 7위, 장타율 0.394로 8위에 머물렀다. 해결사 부재로 인해 득점권 타율도 0.272, 8위로 저조했다. 삼성은 정규리그 8위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오재일은 통산 10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 147홈런 583타점을 기록한 리그 정상급 거포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올 시즌에는 127경기에서 타율 0.312 16홈런 89타점에 0.482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삼성의 홈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불꽃타를 휘둘렀다.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통산 27경기를 뛴 오재일은 타율 0.320 12홈런 33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뽐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통산 장타율이 0.699에 달한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장타와 수비 쪽에서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재일이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중심타선에 배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삼성이 오재일에 기대하는 것은 단지 공격 뿐만이 아니다. 수비 안정화가 오재일 영입 이유 중에 하나라고 홍 단장은 강조했다.

홍 단장은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공격 쪽에서도 기대가 있지만, 수비도 높게 평가한다"며 "우리 팀은 수비에서 안정을 추구한다. 오재일이 1루를 맡고, 공수가 준수한 외국인 외야수를 영입하면 수비에서 구멍은 없다. 수비가 안정되면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젊은 투수들이 유독 오재일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상황이다. 특히 오재일은 원태인을 상대로 통산 타율 0.615(13타수 8안타) 5홈런을 때려내며 '천적'의 면모를 뽐냈다. 삼성은 오재일 영입을 결정하면서 이런 부분도 고려했다.

허 감독은 "원태인이 오재일을 상대로 가장 약했다. 원태인의 평균자책점이 낮아질 것 같다"며 웃었다.

서선옥 기자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