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이번 겨울이 힘들기만 하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가운데 2020시즌 원투펀치인 크리스 플렉센, 라울 알칸타라와도 모두 결별할 위기다.

2020시즌을 마친 뒤 두산에서 쏟아져 나온 FA만 7명이다. 최주환, 오재일,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이용찬, 유희관이 2020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다. 야수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렸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 정도로 주전급 선수들이 한 번에 FA가 되면 다 잡기 힘들다. 두산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속에 내부 FA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은 내부 FA와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올 시즌을 함께 한 외국인 선수 3명과 모두 재계약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협상을 펼쳐왔다.

치열한 '눈치 싸움' 속에 내부 FA의 계약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지만, 벌써 원투펀치 중 한 명과는 결별이 확정됐다.

10일 오전 미국 매체들은 플렉센이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기간 2년, 보장 금액 475만달러(약 51억5000만원)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계약금 60만달러, 2021년과 2022년 연봉 각각 140만달러, 275만달러의 조건이다.

계약이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까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만큼 플렉센과 시애틀의 계약은 기정사실이다.

2023년에는 구단 옵션이 걸려있으며 시애틀이 계약 연장을 택할 경우 플렉센은 400만달러를 받고 2023시즌에도 시애틀에서 뛴다.

구단이 제시한 기록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베스팅 옵션도 걸려있다. 플렉센이 2022시즌 150이닝 이상을 던지거나 2021~2022년 2년 동안 3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2023시즌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며 이럴 경우 연봉은 800만달러다.

플렉센은 7월 중순 타구에 왼 발을 맞고 골절상을 당해 두 달 가까이 공백이 있었고, 21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서도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이 빼어났다. 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1로 활약했다. 특히 시속 150㎞대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2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2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두산은 시즌 후반 플렉센과 재계약 방침을 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빅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플렉센을 잡을 수는 없었다.

알칸타라도 두산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날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닛폰은 KT 위즈에서 뛰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신이 또 다른 KBO리그 선수 알칸타라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스포츠닛폰은 "한신이 알칸타라와 가까운 시일 내에 대략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칸타라를 두고 여러 구단의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신이 영입전에서 앞서있다고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일본 구단들은 올 시즌 20승(2패)을 거두며 KBO리그 다승왕에 오른 알칸타라에 관심을 보여왔다.

KBO리그 구단들은 일본 구단과의 '머니 게임'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까운 예로 로하스가 있다.

KT는 로하스를 붙잡기 위해 역대 외국인 타자 최고 대우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KBO리그 역대 외국인 타자 최고 연봉은 2017~2019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다린 러프가 2019년 받은 170만달러다. 그러나 한신은 2년간 최대 550만달러를 제시해 로하스 영입에 성공했다.

스포츠닛폰에 보도대로 한신이 알칸타라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두산이 영입 경쟁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다.

두산에서 풀린 내부 FA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적지 않다.

최주환은 이번 겨울 내야 보강을 천명한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3개 구단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환 측과 SK는 10일 오후 두 번째 만남을 가진다.

삼성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오재일에게도 여러 구단이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고, 허경민을 두고도 복수 구단이 영입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내부 FA들이 다른 구단들과 활발하게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원투펀치와 결별도 머지 않았다. 두산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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