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처음 태극전사들이 모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이 5일 파주NFC에 입소했다. 두 팀은 오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차례 '스페셜매치'를 갖는다.

코로나19로 월드컵과 도쿄올림픽이 모두 연기되면서 중단된 A매치를 살리기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이색 경기를 성사시켰다.

이번 대결은 국내파만 소집됐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자가 격리로 유럽과 중국, 일본, 중동 등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이 제외됐다.

벤투호와 김학범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파주NFC에 입소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림픽대표팀은 오후 1시에, A대표팀은 오후 3시로 동선을 나눴다.

선수들은 파주NFC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한 뒤 들어왔다. 형님인 A대표팀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아우인 올림픽대표팀은 2인 1실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에 숙소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림픽대표팀까지 1인 1실을 쓰기엔 방이 부족하다. 일부 코치진과 스태프도 2인 1실을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훈련 시간도 나눴다. 사용하는 구장은 다르지만, 첫날 올림픽대표팀이 오후 3시30분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A대표팀은 오후 5시부터 한 시간가량 발을 맞췄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맞대결을 갖는 건 1996년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엔 A대표팀에 2-1로 이겼다.

이벤트 성격이 강한 경기지만, 양 팀에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축구를 이어갈 귀중한 시간이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벤투호는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의 소집이다.

올 초부터 퍼진 코로나19 사태로 A매치를 단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월드컵 예선도 모두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A대표팀이 멈춘 사이 K리그 경기장을 다니며 새 얼굴 발굴에 나선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에 김지현, 김영빈(이상 강원), 원두재(울산), 이동준(부산), 이창근(상주) 등을 첫 발탁 했다.

벤투 감독은 "기존 선수들은 해왔던 것을 복습하고, 새로운 선수들은 많은 걸 얻어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김학범호도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이후 처음으로 모였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도쿄올림픽이 끝났을 시점이지만,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올림픽이 연기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파주에 입소한 김학범 감독은 "이제야 살아있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소집에선 올림픽대표팀 주축이었던 이동준, 이동경, 원두재 등이 A대표팀으로 이동했다. 대신 올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이 유력한 송민규(포항), 이광연(강원)이 김학범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송민규다. 그는 이번 시즌 K리그에서 10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송민규는 "대표팀에 발탁돼 영광스럽다. 너무나 기쁘고 설렌다"라면서 "형들에게 무조건 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 우리도 이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