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 '최악의 한 해'나 다름없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을 겪어 한화 이글스와 '2약'으로 분류됐고, 선수단의 수장인 염경엽 감독이 시즌을 조기 마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까지 넘봤던 SK는 시즌 구상이 모두 틀어지면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지난 시즌 원투펀치를 이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모두 떠나보낸 SK의 전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 성적은 예상을 크게 밑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들 하는데 SK는 선발진부터 크게 흔들렸다.

SK는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를 영입하고, 필승조이던 김태훈을 선발로 돌려 선발진을 개편했다.

하지만 킹엄이 팔꿈치 부상으로 단 2경기에만 등판한채 짐을 싸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핀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고, 선발로 전환한 김태훈은 부진을 거듭한 끝에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불펜진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무리 투수 하재훈은 부진 끝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홀드 2위에 오른 서진용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타선이라도 힘을 내줬으면 좋았으련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 속에 방망이도 좀체 터지지 않았다.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우고, 주전 2루수와 유격수로 점찍었던 김창평과 정현이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 센터라인도 붕괴됐다.

SK의 투타 성적을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팀 타율(0.252)과 팀 득점(452점), 팀 타점(429개)에서 모두 9위고,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0.713으로 9위다. 팀 평균자책점은 5.84로 최하위다.

경기력이 모두 바닥을 친 SK는 시즌 개막 직후인 5월7일 인천 한화전부터 5월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10연패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고, 이후 좀처럼 하위권을 맴돌았다. 겨우 연패를 끊는데 그쳤을 뿐 좀처럼 상승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예상 밖의 극심한 부진에 선수단의 수장인 염경엽 감독마저 쓰러졌다.

염 감독은 6월25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더블헤더 1차전에서 경기 도중 쓰러졌다. 프로스포츠 감독이 스트레스로 건강 이상을 겪는 일은 적잖았지만, 경기 도중에 쓰러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극도로 심신이 쇠약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염 감독은 2개월 동안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고, 이후 휴식기를 가졌다.

염 감독은 이달 1일 인천 LG 트윈스전을 통해 복귀했지만, 다시 건강에 이상을 느꼈다.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출근했던 염 감독은 경기를 지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 하에 병원으로 이동했다.

SK는 염 감독이 남은 시즌 팀을 이끌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잔여 42경기를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이미 '최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시즌이지만, SK로서는 더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것이 숙제다.

급선무는 연패를 끊는 것이다. 3연패 중이던 SK는 염 감독이 1일 복귀한 후에도 연패를 끊지 못했고,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부터 8일 인천 키움전까지 내리 졌다.

8일 키움과의 홈 경기에서는 10-2까지 앞서며 연패 탈출 희망을 키웠는데, 투수진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15-16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10연패에 빠지면서 불명예 기록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SK의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은 2000년 6월22일 인천 롯데전부터 7월5일 사직 롯데전까지 기록한 11연패다.

2000년은 SK의 창단 첫 해라 전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다르다. 현 상황에서 11연패는 한층 치욕적이다.

프로야구 사상 첫 100패와 팀 최저 승률도 SK가 어떻게든 피해가야 할 기록이다.

SK가 남은 41경기에서도 현재 승률(0.314) 만큼의 성적을 거둔다면 13승 28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최종 성적은 45승 1무 98패가 된다. 현재 승률보다 조금만 부진하면 100패에 다다를 수도 있다.

프로야구에서 아직 100패를 기록한 팀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은 2002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97패다.

SK의 팀 역대 최저 승률은 창단 첫 해인 2000년 기록한 0.338(44승 3무 86패)다. SK의 현재 승률을 감안하면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즌 49승 이상을 거둬야한다. 남은 41경기에서 최소 17승을 거둬야 팀 역대 최저 승률을 갈아치우는 피할 수 있다.

일단 연패에서 벗어나야 구단 최다 연패의 불명예를 쓰는 일을 피할 수 있고, 100패와 팀 역대 최저 승률을 피해갈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다. SK는 9일 홈에서 키움과 재대결한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