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21)은 최근 팀 사정상 좌익수로도 출전하고 있다. 내외야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김혜성은 경기력에 영향이 없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키움은 지난달 말 새로운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을 영입했다. 러셀은 내야수고, 외야 경험이 없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김혜성, 전병우, 김웅빈 등이 포진한 내야가 이미 포화 상태였지만, 키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인 러셀을 전격 영입했다.



이에 교통정리가 필요해진 키움은 내야수 중 외야를 겸업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았고, 김혜성에 이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달 2일부터 김혜성은 상황에 따라 내야수로 나서기도, 외야수로 출전하기도 한다.



24~2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에 모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혜성은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우천으로 노게임된 29일 두산전에서는 또다시 좌익수로 변신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런 김혜성이 고맙기만 하다. 손 감독은 김혜성의 외야 수비에 대해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극찬하기도 했고, "감독으로서 고맙다. 수비에서 실책할 수도 있고, 안타를 못 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외야를 오가는 것만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7월 들어 타율이 0.208에 그쳤지만, 김혜성은 "수비 포지션을 옮겨다니는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어느 포지션에 나가도 공을 잡고 아웃시키는데 집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익숙하지 않은 외야 수비를 나갈 때 김혜성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한다. 그는 "만세는 부르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수비한다"고 농담한 뒤 "실수하지 않도록 스타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언을 구하는 외야수가 있냐'는 말에 김혜성은 "따로 조언을 들은 적은 없다. 좌익수로 주로 나서니까 중견수로 출전하는 선수들과 경기 중 대화를 많이 한다. '콜 플레이를 많이 하자'는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2루수로 나선 김혜성은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러셀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러셀은 당시 경기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김혜성은 "딱 1경기 같이 뛰었는데 안정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믿고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감상을 전했다.



경기 전 러셀과 캐치볼을 하기도 했던 김혜성은 "러셀의 송구 동작이 한국 선수들과 많이 다르긴 한데, 정확도도 좋고 잘하는 선수라 믿으면서 했다"고 덧붙였다.



7월 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김혜성은 올 시즌 타격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2019년 3할에 머물렀던 장타율은 올 시즌 0.424까지 올라갔다. 볼넷 수도 2018년 136경기에서 33개, 2019년 122경기에서 29개에 그쳤으나 올해 69경기에서 27개를 기록했다.



김혜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체중이 늘어난 것은 아닌데, 중량을 늘려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10㎏ 정도 늘려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이것이 장타가 늘어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볼넷이 많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볼넷의 중요성을 알게 돼 공을 더 보자는 생각을 한다"면서 "OPS(출루율+장타율)도 중요한데, 지난해까지 출루율이 낮았다. 출루율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해 볼넷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