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까지 포함해 주택공급 방안을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런데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토론 의제로 나오자마자 유력 정치인들이 앞다퉈 저마다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민감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치열하고 건강한 토론은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자칫 중구난방으로 비쳐질 수 있는 여권 인사들의 개별 의견은 시장에 던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그린벨트는 한번 해제하면 복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찬반을 명확히 구분하지는 않았으나 반대하는 입장으로 풀이되는데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의 언급이어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SNS에 글을 올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려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 강구 중인 부동산 대책은 고삐가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한 최후의 처방 성격이 짙다. 그동안 쏟아낸 대책들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마지노선인 그린벨트 해제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강력한 세제도입과 촘촘한 대출 규제, 지속적 투기 단속 등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통제권 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는 주택공급 쪽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당정이 만나서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은 특정한 결론을 상정하지 않고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최종 입장을 도출해 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논란이 가열되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범여권에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되 밖으로 내놓을 때는 통일된 의견이어야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