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K리그 최강 클럽이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전북현대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기록이 증명한다. 지난해까지 3연패를 포함해 근래 10번의 시즌 동안 무려 7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전북 시대'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2020년 전북은 K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리그 4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역시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친 울산현대가 아니라면 마땅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와 팬들을 막론한 공통된 견해다.



예상대로 잘한다. 12개 참가 클럽끼리 모두 1번씩 맞붙어 11라운드를 마친 현재 전북은 울산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매년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치유하고 끝내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준 전북이라 섣부른 전망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올해는 뭔가 수상하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전북은 지난 1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드래곤즈와의 '2020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6강)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고생 끝에 3-2로 승리, 8강에 올랐다.



전반 1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이승기의 중거리포로 리드를 잡은 전북은 이후 수차례 도망갈 기회를 놓치다 외려 후반 종료 직전 전남 이종호에게 동점골을 내줘 고생길을 걸었다.



연장전은 그래도 쉽게 가는 듯했다. 연장전반 6분 손준호, 4분 뒤 쿠니모토의 연속골로 넉넉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연장전반 13분 전남 하승운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긴장의 끈을 풀지 못했고 결과가 어찌될지 모를 승부차기만은 막기 위해 끝까지 혼신의 힘을 써야했다.



어떤 팀이든 이변을 만들 수 있는 단판 토너먼트라지만 분명한 전북의 고전이었고 진땀승이었다. 호남 더비를 운운했으나 전남은 현재 K리그2(2부리그)에 있고 그중에서도 6위에 머물고 있다. 1부리그 클럽끼리 맞붙은 매치업보다는 수월한 조합이었는데 에너지를 많이 썼다.



FA컵의 비중을 작게 생각해 1.5군을 내세운 것도 아니다. 이날 전북은 송범근 골키퍼를 시작으로 김진수, 김민혁, 손준호, 무릴로, 김보경, 이승기, 한교원, 조규성 등 베스트에 가까운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는 짧고 AFC 챔피언스리그는 재개될 기미조차 없다. 전북 입장에서는 FA컵을 놓칠 수 없는데 혼쭐이 났다. 전남전만 유난했던 것도 아니다.



정규리그 11라운드를 마친 현재 전북은 8승1무2패 승점 25점으로 울산(승점 26)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5일 상주상무 원정에서 0-1로 패했던 전북은 지난 11일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도 2-2 무승부에 그쳤다. 먼저 2골을 허용하고 어렵사리 무승부를 만든 내용이었다. FA컵 전남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최강 전북'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약해진 부분은 '닥공'에 어울리지 않는 득점포. 날개 공격수 한교원(5골)과 베테랑 이동국(4골)이 나름 몫을 하고는 있으나 상대에게 공포감을 줄 해결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구스타보와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등에서 뛴 윙어 모두 바로를 동시에 수급한 것 역시 결정력을 높여야한다는 진단 때문이다.



워낙 개개인의 기량이 출중해 어지간한 고비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전북이지만, 지난 3연패 기간에 비해서는 힘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더 강해진 울산과 견주면 더 불안하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구스타보와 바로가 구단의 기대대로 실력을 발휘해준다면 지금의 우려도 금세 '불필요한 걱정'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사상 초유의 4연패는 높은 벽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 흐름은 울산이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