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상은 정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정상회담에 확실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실질적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이벤트성 회담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은 우리 쪽 코트에 있으니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주도권 확인의 성격도 짙어 보인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마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하는 시점에 맞춰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의 공개담화가 나온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건 대표에게 비공식 채널로 전해도 될 말을 대내외에 선제적으로 알렸기 때문이다. 최 부상의 발언이 무언가 준비해서 오라는 압박이자 주문이라면 비건 대표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함께 방한길에 올라 7일부터 사흘간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건 부장관은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한미 전략대화를 갖는 것을 비롯,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한반도 관련 상황을 논의하고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그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장기 표류해온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극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한반도 정세에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는 물론 역주행하고 있는 남북 관계를 어떻게 리셋팅해서 본래의 궤도에 다시 올려놓을지를 놓고 정교한 계획을 짜야 한다.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를 먼저 복원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로 옮겨갈 것인지, 아니면 북미간 중재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뒤, 남북관계 발전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후 관계의 교통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속도감 있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새로 출범한 외교·안보라인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