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정부가 다시 비규제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한 추가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최근 김포와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집값 급등세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6일 추가대책을 예고한 데 이어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다음 달 이들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17일 대책 발표 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조정대상지역 지정에서 빠졌지만, 급등세가 지속하면 즉각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2% 올라 6·17 대책 발표 이전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경기는 0.39%, 인천은 0.34% 각각 오르는 등 수도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규제에서 비켜 간 김포는 1.88% 급등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파주도 지난주 0.01%에서 0.27%로 상승 폭을 키웠다. 정부가 집값 급등 지역에 융단폭격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잇따르는 것이다.



정부가 김포나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겨냥한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대책이 된다. 경제가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서 집값 과열을 방치하다간 전체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기에 정부가 개입해 투기 요인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충격 요법이 일상화하면 시장의 내성도 커져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렵다.



부동산 불안의 진앙인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지켜주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했으나 서울의 비강남지역과 수도권, 지방의 아파트값이 연쇄 급등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쯤 되면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재평가한 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즉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