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업장에서 연대 임금교섭을 통해 ‘상생연대 기금’을 조성하고 그 돈으로 비정규직과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재원 마련을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동계의 제안은 고용유지와 고용 안전망 확충에 노사가 서로 협력한다는 큰 틀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각론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노사 양측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이제는 노동계가 구체안을 내놓은 만큼 다른 한 축인 경영계도 답을 내놓기 바란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이달 안에 합의점을 찾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서로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밤샘 실무회의라도 해가면서 속도감 있게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합의안이 나오면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간은 절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노사정대표자회의는 1998년 외환위기 때의 노사정위원회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이 참여해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이해가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언제 망할지 모르고, 고용시장에서 퇴출당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은 다른 때와 차원이 다르다. 매출과 수익이 줄어든 기업은 기업대로 어렵고, 실업대란 상황을 바라보는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대로 불안하다. 이럴 때는 어느 한쪽에만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며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