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애초 계획된 개막(2월29일)보다 2개월 이상 늦춰진 2020년 K리그1의 가장 큰 특징은 '축소 운영'이다.

적어도 한동안은 무관중 아래 뛰어야하고 벤치의 감독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필드의 선수들과 소통해야한다. 선수들은 최대한 대화를 자제한 플레이에 집중해야하고 골을 넣어도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노력들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이지만 그래도 '낯선 풍경' 정도다.

하지만 38라운드로 우승팀과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3위 이내)을 가리고 강등팀을 결정하던 것들을 27경기 안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아주 결정적인 차이다. 팀 간 홈&어웨이 2경기씩, 22라운드로 일단 파이널 A그룹과 B그룹이 결정된다. 2020년 K리그는 장기레이스보다는 중기레이스에 가깝다.

이런 변화와 함께 승점 1점, 승점 3점이 더더욱 소중해 질 것이라는 예측을 전한 바 있다. 이제 겨우 개막 라운드만 소화한 상황이지만 각 팀들의 '공격적 마인드'가 어느 정도 엿보이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상위권을 노리는 팀들은 더더욱 '공격이 살 길'을 외치고 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이 지난 8일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공식 개막전과 함께 출발했다. 이어 9일과 10일 주말을 통해 각 팀들이 모두 첫 선을 보였는데, 흥미로운 결과와 내용이 나왔다.

총 6경기에서 총 13골이 터졌다. 경기당 2골을 상회하는 수치다. 그리고 5경기에서 승패가 엇갈렸다. 무승부로 끝난 경기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의 0-0 1경기뿐이었다.

공식 개막전에서 전북이 수원을 1-0으로 제압했고 전북과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울산현대는 상주상무를 4-0으로 대파했다. 김남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성남은 승격한 광주FC를 2-0으로 잡아냈고 포항 스틸러스 역시 5년 만에 1부리그에 컴백한 부산아이파크를 2-0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김병수 감독의 강원FC는 최용수 감독의 FC서울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늘 강등 후보로 꼽히는 인천이 대구를 맞아 끈끈한 수비에 방점을 찍은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맞불이 펼쳐졌다. 이겨야한다는 의지들이 강했다.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문선민과 권경원이 입대하는 등 전체적으로 전력이 강화된 상주를 맞아 울산은 무려 4골을 넣고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시즌이 다 끝났을 때, 1골을 더 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뼈저리게 느꼈던 울산이다.

지난해 울산은 전북과 승점(79)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단 1골이 부족해 2위에 그쳤다. 골득실보다 다득점이 우선인 K리그 규정을 고려할 때 모든 팀들은 넣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많이 넣어야한다. 경기가 줄어들어 승점차가 크지 않을 올 시즌은 보다 중요하다. 다른 팀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성남의 초짜 사령탑 김남일 감독은 이미 2골을 넣어 승리의 수훈갑이 된 양동현이 해트트릭 찬스를 놓치자 등을 홱 돌려 벤치의 코치들에게 답답함을 표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 역시 부산을 완벽하게 몰아붙이고도 추가골 기회를 놓치자 펄쩍 뛰었다. 경기 후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고 있는 팀은 대량 실점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만회를 위해 공격적인 변화를 꾀했고 이기고 있던 팀도 지키려는 자세보다는 더 넣어 달아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직 초반이라 전망이 섣부를 수 있으나 이런 흐름은 '축소된 시즌'을 관통하는 흐름이 될 여지가 있다.

'닥공의 창시자'인 최강희 전 전북현대 감독(현 상하이 선화)은 과거 "3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것과 1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똑같이 승점 3점이다. 무엇이 더 효율적인가. 어떻게 경기를 준비해야할까"라는 말로 공격적인 축구, 승리를 지향하는 운영이 곧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지름길이자 정도라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 지론이 2020년 K리그를 강타할 공산이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