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에 프로야구 감독들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여름 이후 발생할 기상 변수와 그로 인한 경기력 저하, 부상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연습경기에 앞서 "KBO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앞서 결정된 2020시즌 KBO리그 144경기 완주 방침을 재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144경기 일정은 걱정이 된다. 현장에 있는 감독들은 경기 수가 항상 많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144경기를 다 치른다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해야 한다. 사실 힘든 부분"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미 한 달 이상 시즌이 미뤄졌다. 144경기를 다 포기하지 말아야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올해 그런 운영이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쏟아냈다.

김 감독 뿐만 아니다. 최근 염경엽 SK 감독도 KBO의 144경기 강행 가능성에 우려를 표현했으며 류중일 LG 감독도 일찌감치 144경기 완주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현역 프로야구 감독 최연장자인 류중일 감독을 비롯, 베테랑 감독들이 앞장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KBO는 개막일정을 확정 발표하며 144경기를 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3주 정도 리그 중단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경기 수가 줄 수도 있다"고만 전제했다.

이어 "경기 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변수가 많다. 사실 오늘 이사회에서도 144경기를 다 치른다기보다, 일단 이렇게 해놓고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줄여나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선수단 내에서 발생할 경우 3주 가량 리그 중단이 불가피하기에 미리부터 일정 축소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과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했다. KBO는 리그 중단 가능성을 대비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로만 한정했을 뿐, 한 달 이상 미뤄진 일정, 사라진 휴식기, 여름 이후 기상변수, 시즌 막판 추위와 체력감소로 인한 경기력 저하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 코로나19가 아닌 일반적인 우천취소 등은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를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선수단은 사실상 5월5일부터 11월초까지 휴식기도 없이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장마 변수도 있는데 비가 오면 8시~9시까지 기다리며 취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며 "팬들도 8시~9시까지 비를 맞으며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들 눈높이가 높아졌다. 현장에서도 이를 맞춰가고 싶지만 경기 수가 많아지면 힘들다"고 우려를 전했다.

현장에서는 개막 일정이 미뤄진데다 기상 이변이 잦은 국내 현실 상 여름 이후 변수를 고려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KBO는 코로나19 변수에만 집중한 채 혹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만 리그 축소를 고려하려는 분위기다. 김태형 감독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현장의 걱정이 쏟아지고 있는데 KBO는 이를 외면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