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21일 4월 1~20일 수출 실적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전례 없는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수출액은 작년 동기대비 26.9% 줄었고, 조업일수 등을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도 16.8% 후퇴했다. 수출 급감은 글로벌 수요부진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승용차는 각각 14.9%와 28.5% 감소했고, 특히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핵심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은 17%와 17.5% 뒷걸음질 쳤고, EU는 무려 32.6% 격감했다.



이런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아무리 우량한 기업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어려움에 직면한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36조원 규모의 무역금융 만기 연장 등의 방안을 내놓았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제위기가 언제 풀릴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장 부도를 모면하고 고용과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로나19 쇼크가 진정될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선 기업들을 살려놓고 봐야 한다.



기업들의 경영난은 대면 접촉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여행, 음식·숙박업, 항공업 등 서비스업에서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간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항공, 조선, 해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기계, 건설 등 기간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이다. 이들 업종의 선도 기업에서 문제가 생기면 1, 2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후방 산업이 도미노 위기에 몰리면서 고용과 투자, 소비, 생산, 금융 등 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부는 국책은행을 동원해서든 한국은행을 통해서든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의 직접 매입 방안 등을 포함한 담대한 자금 투입을 검토해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재정을 통한 자본 확충과 지급보증으로 국책 금융기관과 한국은행의 행동반경을 넓혀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