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각국 프로리그 일정을 연기 또는 중단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유럽 축구계가 또 다시 발칵 뒤집혔다. 이번에는 빅리그 빅클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클럽 유벤투스는 12일(한국시간) 긴급 성명을 내고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단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구단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현재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른 유럽 대륙 내에서도 피해가 극심한 나라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1만2462명이고 누적 사망자만 827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지난 9일 주세페 콘테 총리의 발표로 10일부터 오는 4월3일까지 전국을 봉쇄한 상태고 모든 스포츠 활동도 전면 금지됐다. 프로축구 세리에A도 멈춘 상태인데, 이탈리아 1부리그가 중단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가뜩이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빅클럽 유벤투스의 선수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세리에A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맞았다. 곧바로 후속조치가 나오고 있다.

인터밀란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유벤투스의 루가니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관계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구단의 모든 경기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자신들의 선수단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아님에도 활동 중지를 선언한 것은 최근 유벤투스와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인터밀란과 유벤투스는 지난 9일 토리노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세리에A 26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세리에A가 중단을 선언하기 바로 직전에 펼쳐진 마지막 일정이었다.

당시 루가니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으나 교체명단에는 포함돼 있었다. 인터밀란은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활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중단된 세리에A 뿐만 아니라 현재 16강에 올라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영향을 줄 결정이다.

일단 당장 13일에 열릴 예정인 헤타페와의 홈 1차전은 이번 결정과 별개로 이미 연기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스페인이 이탈리아 여행제한 조치를 결정, 헤타페 선수단이 이동하지 못하게 되자 UEFA가 12일 연기를 결정했다. 이제 2차전도 불투명하다.

인터밀란과 헤타페의 2차전은 오는 20일 스페인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즈에서 열릴 계획이었는데 인터밀란의 활동 정지와 함께 이마저도 연기될 공산이 크다.

이탈리아 세리에A뿐만 아니라 독일 축구계도 비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독일 2분데스리가(2부리그) 하노버96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비수 티모 휘버스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휘버스는 확진 판정 후 격리조치 돼 동료들과의 접촉은 없었다. 하지만 예방차원에서 선수를 비롯한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휘버스는 독일 프로축구 선수들 중 첫 확진자로 판명됐다. 아직 추가 감염자 소식은 없으나 휘버스가 지난 7일 뉘른베르크 원정과 3일 홀슈타인 킬의 경기에 나섰기에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홀슈타인 킬에는 한국선수 이재성이 뛰고 있는데, 하노버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앞서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의 구단주를 동시에 맡고 있는 그리스 선박 사업가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가 확진자로 밝혀져 영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던 것까지, 피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직접적인 구성원이라고 볼 수 있는 구단주와 플레이어 등 '축구인'들의 확진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럽 축구계 전체가 코로나19로 휘청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