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지만 남자 골프 스타들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세계 톱 랭커들의 불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2020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존슨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20승을 기록 중인 남자 골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존슨은 골프선수 중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첫 사례가 됐다.

존슨은 올림픽 불참의 이유로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페덱스컵은 PGA투어 한 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선수들이 경쟁하는 대회로 올해 페덱스컵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는 8월13일부터 시작된다.

7월말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앞서서는 잉글랜드에서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브리티시 오픈(7월16일-19일)도 진행된다. 약 한 달 사이에 대륙을 옮겨가며 브리티시 오픈, 올림픽, 페덱스컵 1차전에 모두 출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세계랭킹 3위 브룩스 켑카(미국)도 존슨과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켑카는 올해 초 올림픽보다 4개의 메이저대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올림픽보다) 4개의 메이저대회가 더 중요하다. 페덱스컵 우승도 나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켑카는 아직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발언 등을 감안하면 올림픽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빡빡한 투어 스케줄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올림픽 골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도쿄 올림픽 불참을 언급하며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을 지카 바이러스 영향으로 불참했던 존슨이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남자 골프는 4년전 리우 올림픽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112년 만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의 복귀였지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조던 스피스(미국)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된다면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를 이유로 스타들이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현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가 올림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부활한 우즈는 수차례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4년전 리우 올림픽에서는 허리 부상 등으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기에 열망은 더 크다.

매킬로이 역시 국가를 대표해 뛰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며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다.

세계랭킹 1위인 매킬로이의 올림픽 출전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우즈는 현재 세계랭킹 11위이지만 미국 선수 중 7위에 머물러 있어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에는 총 60명의 선수가 경쟁할 수 있다. 6월22일 세계랭킹 기준으로 15위 이내의 선수 중 국가별로 최대 4명이 출전할 수 있다. 존슨이 불참하면서 다소 상황이 나아졌지만 우즈로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