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시범경기 전면 취소라는 사태에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실전감각 조율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월 27일 "최근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선수단과 관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3월14일 개막 예정이었던 시범경기 전 일정(50경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큰 폭으로 확산 되자 고민을 거듭하던 KBO도 결단을 내린 것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전체 일정이 취소된 경우는 1983년 첫 시행 이후 처음이다. 이에 매년 새 시즌을 앞두고 10경기 안팎을 소화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렸던 10개 구단도 비상 상황에 놓였다. 이대로라면 실전 점검없이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는 구단에게는 일종의 테스트 장이다. 우선 1·2군 구분 없이 선수단을 운영해 여러 선수를 기용하고 점검할 수 있다. 구단들은 대개 이 시기 선발로테이션을 확정하고 불펜, 마무리투수 등 보직을 정한다. 타선 역시 내야, 외야 그리고 백업자원을 선별하며 세부적으로 대주자, 대타 자원까지 시험한다. 정규시즌에는 보기 힘든 신선한 얼굴을 다수 투입하며 획기적인 작전야구도 펼쳐진다.

타자들은 훈련이 아닌 실전과 같은 투수의 공에 익숙해지고 투수들은 실제와 같은 긴장감을 갖고 타자를 상대한다. 선수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겨우내 움츠렸던 몸 상태가 본격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적에 부담 없는 모의고사와 같은 무대이기에 코칭스태프는 물론 비주전급 선수들에게도 천금의 기회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기회없이 정규시즌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대만 가오슝, 호주 애들레이드 등으로 퍼져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구단들은 현지에서 연습경기, 자체청백전을 치르고 있지만 아무래도 실전과 같은 긴장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까지는 많은 구단이 오키나와에 모여 마치 시범경기처럼 일종의 오키나와 리그를 펼쳤으나 올해는 스프링캠프 탈 일본 분위기로 뿔뿔이 흩어지며 이마저 쉽지 않아졌다. 현재 오키나와에는 삼성과 LG 뿐이다. NC, KT, SK 등이 애리조나에서 애리조나 리그를 벌이고 있지만 규모와 수에서 이전에 비해 적다. 일본에 비해 미국은 넓고 이동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기에 제한적인 면도 있다.

결국 대다수 구단이 스프링캠프 연장, 자체청백전 횟수 증가, 인접 구단간 연습경기 등으로 시범경기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시범경기와 같은 분위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시즌 개막 시기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10개 구단 모두 그 이전까지 부족한 실전감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