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들, 송가인과 봉준호, 진중권과 윤석열
김윤호 논설위원입력 : 2020. 02. 11(화) 17:29
2월 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오스카 트로피 4관왕이 되었다. 비(非)영어권 영화 사상 최초 작품상이고 각본상은 아시아 최초이다. 예술상 위주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가 백인 상업성 위주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같이 받은 것 역시 1955년 미국 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다.
92년 아카데미의 역사가 뒤집혔다. 백인 위주의 미국 영화, 백인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아카데미상을 비(非)영어권 영화가 휩쓰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아카데미 회원 8천4백여 명의 80%가 백인이어서 사실상 ‘화이트(White) 오스카’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 영화 102년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아카데미 문을 두드린지 58년만의 쾌거이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말을 했던 객석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감사를 나타내는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 주었다. 반(半)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IT회사 사장 가족 간의 한국적인 이야기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이 입증된 사례이다.
나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미스트롯 송가인이 생각났다.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후에도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알바를 하기도 하고 쌀도 떨어지는 생활고에 좇기는 무명(無名)의 서러움을 맛보았다. 송가인도 중앙대 국악과를 나와서도 진도 씻김굿 전수자이고 무녀(巫女)인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악세사리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서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등 기약없는 무명의 7년 세월을 보냈다. 마침내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인간 승리이다.
지난 1월 26～28일,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뜻밖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위 32.2% 윤석열 검찰총장이 2위 10.8%,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위 10.1%로 나와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윤 총장은 앞으로 여론조사에서 자기 이름은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정치인도 아닌 현직 법무부 검찰직 공무원이 대선 후보 2위로 부상한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정치에 나오면 더 많은 지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살을 에이는 추운 한 겨울 밤에도 수백만명이 광화문광장 촛불 집회에 쏟아져 나와서 외쳤던 공정과 정의가 촛불 혁명을 계승했다는 현 정부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실망을 주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부정이 긍정을 앞서고 있다. 집권 4년차인데 앞으로 남은 2년이 걱정스럽다.
요사이 국민들의 눈에 띄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한 때 친구였고,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 중의 하나였던 그가 지금은 현 정권과 조국 등을 비판하는 선봉에 서 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뛰어난 언어 선택과 적절한 비유로 나타내는 능력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광야의 선지자의 외침 같은 그의 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진중권 교수 한 사람이 야당 국회의원 백명 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적인 영화로 세계를 평정했다면, 송가인은 한(恨) 서린 판소리로 다져진 노래로 한국을 평정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대중 가요라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국경과 인종, 언어와 문화의 장병르 깨부수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예술의 힘은 위대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진중권 전 교수가 주목을 받고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국민들은 정의에 목 말라 있다. 부정과 불의의 역사에 질리고 저항해서 극복하고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공정과 정의을 수호하는 사람은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나 권력의 미움과 탄압은 받는다. 그러나 민초들의 사랑을 받고 역사의 승자가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권력과 민중과 역사의 관계는 미묘하다.
김윤호 논설위원
92년 아카데미의 역사가 뒤집혔다. 백인 위주의 미국 영화, 백인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아카데미상을 비(非)영어권 영화가 휩쓰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아카데미 회원 8천4백여 명의 80%가 백인이어서 사실상 ‘화이트(White) 오스카’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 영화 102년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아카데미 문을 두드린지 58년만의 쾌거이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말을 했던 객석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감사를 나타내는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 주었다. 반(半)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IT회사 사장 가족 간의 한국적인 이야기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이 입증된 사례이다.
나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미스트롯 송가인이 생각났다.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후에도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알바를 하기도 하고 쌀도 떨어지는 생활고에 좇기는 무명(無名)의 서러움을 맛보았다. 송가인도 중앙대 국악과를 나와서도 진도 씻김굿 전수자이고 무녀(巫女)인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악세사리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서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등 기약없는 무명의 7년 세월을 보냈다. 마침내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꿈을 이룬 인간 승리이다.
지난 1월 26～28일,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뜻밖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위 32.2% 윤석열 검찰총장이 2위 10.8%,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위 10.1%로 나와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윤 총장은 앞으로 여론조사에서 자기 이름은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정치인도 아닌 현직 법무부 검찰직 공무원이 대선 후보 2위로 부상한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정치에 나오면 더 많은 지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살을 에이는 추운 한 겨울 밤에도 수백만명이 광화문광장 촛불 집회에 쏟아져 나와서 외쳤던 공정과 정의가 촛불 혁명을 계승했다는 현 정부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실망을 주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부정이 긍정을 앞서고 있다. 집권 4년차인데 앞으로 남은 2년이 걱정스럽다.
요사이 국민들의 눈에 띄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한 때 친구였고,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 중의 하나였던 그가 지금은 현 정권과 조국 등을 비판하는 선봉에 서 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뛰어난 언어 선택과 적절한 비유로 나타내는 능력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광야의 선지자의 외침 같은 그의 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진중권 교수 한 사람이 야당 국회의원 백명 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적인 영화로 세계를 평정했다면, 송가인은 한(恨) 서린 판소리로 다져진 노래로 한국을 평정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대중 가요라는 문화예술의 힘으로 국경과 인종, 언어와 문화의 장병르 깨부수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예술의 힘은 위대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진중권 전 교수가 주목을 받고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국민들은 정의에 목 말라 있다. 부정과 불의의 역사에 질리고 저항해서 극복하고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공정과 정의을 수호하는 사람은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나 권력의 미움과 탄압은 받는다. 그러나 민초들의 사랑을 받고 역사의 승자가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권력과 민중과 역사의 관계는 미묘하다.
김윤호 논설위원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