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여파로 국내 자동차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10일 전면휴업에 들어갔다. 자동차 조립 때 사용되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국내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를 지난 9일까지 연장했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 공장들도 이 기간동안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소형 SUV 셀토스와 스포티지, 쏘울, 봉고 등을 양산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은 이미 지난 4일부터 감산에 들어갔으며, 끝내 멈춰선 것이다. 광주공장은 가동 중단으로 하루 생산량인 평균 2천100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군수라인을 뺀 1·2·3공장과 버스 생산라인은 전면 휴업 상태다.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가 나름대로 재가동 시점을 잡아놓고는 있다지만, 그대로 재가동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의 와이어링 하니스 공장이 언제 문을 열고 정상 가동할지가 관건이다. 이 부품을 생산하는 여러 공장 가운데 산둥성의 칭다오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고는 하나, 다른 공장들은 아직도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자동차업계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완성차와 부품업계에 대한 긴급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가동이 중단된 생산라인을 다시 돌리기 위해 정부 기관 채널을 총동원해 중국 내 부품공장을 빨리 정상화할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의키로 했다. 만약 중국 내 부품생산 재개가 늦어지면 국내 대체 생산시설 신·증설 자금을 신속히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산 부품 대란을 메우기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때에는 특별 연장근로도 신속히 인가하고 중국과의 거래로 피해를 보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2조원 상당의 유동성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대응 방안도 내놨다.



우한 폐렴으로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커지고 실물경제 주름살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차 한 대를 생산하려면 2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그러니 완성차 업체가 생산라인을 돌리지 못하면 연쇄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이미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과 자동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부품업체들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정부의 긴급 금융지원이 이들 업체에 꽤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이번 금융지원 대상에 업종 제한을 두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피해가 가장 눈에 띄긴 하지만, 중국과 거래 과정에서 영업 차질을 빚거나 피해를 보는 기업은 비단 자동차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술 수준도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자와 통신 등에서도 주요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웬만한 국내 산업의 중국 부품 의존도가 30%를 넘어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품업체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중국으로 나가고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조달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지나친 중국 의존의 부작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약속이 빈틈없이 이행되려면 무엇보다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산업계 피해 사례를 중간재 수출 차질과 중국산 부품 조달 차질, 중국 현지 투자 차질, 내수 업체 매출 감소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필요한 지원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실물경제 충격이 최소한에 그칠 수 있도록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