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개막하지도 않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AFC를 괴롭히고 있다. 일정이 또 바뀌었다.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신종 코로나(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조치다. AFC는 일정 계산까지만 머리가 복잡하지만 참가하는 팀들은 더 많은 것이 꼬였다.

AFC는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본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ACL 일정을 변경했다. 변경의 골자는 2월로 예정된 중국 클럽들의 경기가 모두 4~5월로 연기되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AFC는 각국 2명씩 회의 참석을 요청했고 한국도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경기운영 담당 책임자가 함께 했다. 회의 결과 K리그 팀들의 조별예선 중국 팀 상대 홈 경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5월로 연기된다. 나머지 경기들의 일정은 변동 없다.

이에 따라 2월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계획이던 FC서울과 베이징 궈안의 대결은 4월28일로 미뤄졌다. 2월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됐던 수원삼성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격돌은 4월29일 열린다. 2월1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진행될 울산현대와 상하이 선화의 경기는 5월19일로 날짜가 달라졌으며 전북현대와 상하이 상강의 2월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맞대결은 5월20일 펼쳐진다.

어차피 있는 경기들이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 크게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K리그 개막(2월29일) 전 ACL 2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던 스케줄이 하나로 줄었다.

ACL에 참가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원래 스케줄이라면 1차전(2월11일~12일)을 치르고 다음 2차전(2월18일~19일)까지 1주일가량의 여유가 있다. 이 정도의 경기 간격이 딱 좋다. ACL 2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려 K리그 개막(2월29일)을 맞이하는 것도 여러모로 좋다"고 이전 스케줄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그런데 1경기가 빠지면, 1차전 뒤 K리그 개막까지 근 20일 가까이 쉬어야한다.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도 좋을 것 없다. 무엇보다 일정이 4~5월로 밀리게 되면 그때 스케줄이 빡빡하게 변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를테면, 전북 같은 경우는 5월17일 수원 원정을 다녀온 뒤 5월20일 상하이전을 치르고 다시 사흘 뒤 인천과 경기를 갖는다. 현장의 지도자와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케줄인 '일-수-토' 3연전이 되는 셈이다. K리그 일정에도 피해가 간다.

프로연맹 측은 "K리그1 10라운드(4월30일~5월3일)와 18라운드(6월23일~24일/16강 일정과 겹침)의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수원은 4월29일 광저우와 경기를 갖는데 애초 K리그 스케줄 상으로는 4월30일 대구와 10라운드를 치르게 돼 있다. 당연히 이 일정은 조정이 되어야한다. 그렇다면 수원뿐만 아니라 상대팀 대구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참가팀 관계자는 "아직 1차전 킥오프 시간도 확정되지 않았다. AFC가 이 사안(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정 조율)에 워낙 신경을 쓰느라 다른 소소한 것들은 뒤로 미뤘다. 어제 회의를 했으니 이제 시간은 확정되겠지만, 우리로서는 킥오프 시간을 아직도 홍보하지 못한 셈"이라고 고충을 전했다.

이어 "계속 일정이 변경된다는 뉴스들이 양산되고 있어 역으로 경기 날짜가 자연스럽게 홍보되기는 한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은 뒤 "다른 팀들도 다 마찬가지 조건이니 뭐라 하소연을 할 수도 없고, 잘 준비해 보겠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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