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를 정리하자면 '믿음의 성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믿어줬고,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그 힘이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

김학범 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는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U-23 대표팀은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후반 8분 터진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 우승과 함께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도 획득해 9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도 추가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최상의 결과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잘 따라주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K리그 감독님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많은 배려를 해주셨기에 조기 소집 등이 가능했다. 감사하다"면서 "연령별 대회는 우리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대회라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열린다.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피력했다.

다음은 김학범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까지 최대 고비는 언제였나.

▶매 경기가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임했지만, 아무래도 4강 호주전이 힘들었다. 그 경기에서 패한다면 3/4위전으로 밀려나 피 말리는 경기를 해야 했다. 부담이 많이 갔다.



-이번 우승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감독으로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고 행복이다. 우승은 언제나 기쁜 것 아니겠는가. 선수들에게는 큰 자신감이 심어졌을 것이다. 연령의 특성상 A대표팀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바로 밑자리라 생각하는데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매 경기 로테이션이 화제였다.

▶지난해에 (대회가 열리는)비슷한 날짜에 태국에서 3주간 전지훈련을 했다. 그때 '날씨가 문제겠구나' 생각하면서 극복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최대한 선수들 모두를 가동해야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테이션이라는 게 그냥 돌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믿음이 있어야하고 상대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멤버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선수들이 우리에게 그런 믿음을 주었다.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은.

▶모든 경기는 다 아쉬움이 있다.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느낀 것은, 보다 빨라져야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움직임부터 패스 타이밍 등 속도를 더 높여야한다.



-도쿄 올림픽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대회마다, 경기마다 준비하는 게 다르다. 태국 챔피언십과 도쿄올림픽은 다르게 준비해야한다. 엔트리도 18명으로 줄어든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이제부터 계속 생각할 것이다. 조 추첨 후 만날 상대가 결정되면 그것에 맞게 선수를 선발해야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와일드카드 구상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 팀에 필요한 선수를 쓸 것이다. 조금 기다려달라.



-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가능성 있는가.

▶감독은 어떤 경기를 나가도 피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주문한다. 난 선수들을 믿었고,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믿었기에 이번 대회 우승이 가능했다. 올림픽이라고 다르지 않다. 연령별 대회는 우리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대회다. 또 일본에서 열린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홈 이점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일본 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호랑이 선생님에서 따뜻한 아버지로 바뀌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웃음). 훈련장에서는 엄하게 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되고 부상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 안에서는 강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다르다. 선수들은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이 팀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프로에서도 그랬다. 난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다.



-이번 대회의 아픈 손가락을 꼽는다면.

▶2명만 경기 출전을 못했다. 골키퍼 2명(안준수, 안찬기)인데, 특수 포지션이라 섣불리 바꾸기가 어려웠다. 미안하면서 고맙다. 내색 하지 않고 잘 따라줬다.



-이강인과 백승호는 본선에서 합류하나.

▶두 선수의 차출을 위해 이번 대회 전부터 접촉을 많이 했다. 구단과의 소통은 잘 됐지만 마지막에 아쉽게 무산됐다. 그러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본선에 합류하려면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한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라고 무조건 팀에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기량적인 면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야 팀에 들어올 수 있다. 자신의 참가 의지도 필요하다. 다 갖춰져야 한다. 경쟁은 똑같다.



-정우영이 생각보다 부진했다.

▶내가 뮌헨에서 처음 봤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폼이 많이 떨어졌다. 그때는 우리 선수들에게 없는 장점들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신경 쓰지 말라고는 했으나 어린 선수라서 그런지 잘 안됐다. 이번 대회에 가지고 있었던 부담을 해소한다면 가벼운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떨쳐낸다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본선까지 계획은.

▶3월과 6월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협회에서 준비 추진 중이다.



-와일드카드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난 2018년 아시안게임 때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를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그때 그 선수들이 나를 찾아와서 "감독님, 우리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어보더라. 딱 한 마디 해줬다. 너희가 공 나르고 물 날라라. 그런 행동을 하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선배들이 헌신하고 희생하면 팀에 좋은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에도 똑같다. 어차피 팀에 필요한 선수를 소집할 것인데,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일단 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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