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크호스를 넘어 '태풍'이 됐다. '장충의 봄'에서, 더 나아가 창단 첫 우승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구단 최다인 8연승과 라운드 전승의 기록을 세우며 '만능카드'로 거듭나고 있다.

29일 현재 우리카드는 18승6패(승점 50)로 대한항공(승점 45·16승8패), 현대캐피탈(승점 42·14승9패)을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우리카드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공수 안정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범실 최소화'다.

현대 배구에서 사령탑들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공격적으로, 과감하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감함이 범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번 시즌 대한항공은 팀 내 최다 범실(649개, 경기당 27개)을 기록하고 있다, OK저축은행 또한 638개의 범실(경기당 26.6개)을 했다. 매 경기마다 적어도 한 세트 이상 범실로 상대에 세트를 내준 셈이다.

반면 우리카드는 과감함 속에서도 적은 범실이 눈에 띈다.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486개의 범실을 기록, 경기 당 20.25개에 그쳤다. 범실이 가장 많은 대항항공과는 163개 차이가 난다.

범실 최소화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추구하는 '디테일 배구'의 핵심이다. 신 감독은 평소 연습 때에도 의미 없는 범실을 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다. "연습이 곧 실전"이라는 신 감독의 지론 속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공격적이면서도 범실을 줄여 나가는 것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카드지만 표정은 오히려 담담하다. 지난 시즌에도 6라운드 초반 1위를 했지만 결국 3위에 그쳤던 경험이 있기에 쉽사리 들뜨지 않는다.

다만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리버맨 아가메즈(콜롬비아)에 의존했던 배구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펠리페 안톤 반데로(브라질), 나경복, 황경민 등 날개 공격수들은 세터 노재욱의 토스에 춤을 추고, 중앙에서도 경험 많은 최석기와 이수황, 하현용, 윤봉우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국가대표에서 경험을 쌓은 리베로 이상욱까지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우리카드의 주장 윤봉우도 "모든 선수들이 자기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주다 보니 빈틈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3년 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양 강' 체제가 굳건했다면 올 시즌 태풍의 눈이 된 우리카드가 겨울 코트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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