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K리그1 3연패와 함께 통산 7번째 별을 가슴에 품었던 전북현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이는 세징야(대구), 주니오(울산) 등과 함께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되는 로페즈였다. 로페즈는 11골 7도움을 기록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로페즈 버금가는 기록을 작성한 이가 문선민이다. 문선민은 10(골)-10(도움) 클럽에 가입하면서 호화군단 전북에서도 에이스 몫을 톡톡히 해냈다.

외국인-토종 핵심 듀오 다음으로 골을 많이 넣은 이는 이동국(41)이다. 1979년생. 마흔의 나이로 2019시즌 33경기에 나선 이동국은 두 자릿수 득점에 하나 부족한 9골(2도움)을 터뜨리면서 팀 내 득점 랭킹 3위에 올랐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있어 감흥이 떨어지지만, 이동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이동국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8년 포항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그리고 그해 24경기에 출전해 1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앳된 얼굴로 갈기 같은 머릿결을 뽐내던 '라이언 킹'의 등장이었다.

어느덧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동국은 지난해 강원FC와의 시즌 최종전에도 출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0세 7개월 2일. K리그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에서 이동국보다 앞서는 이는 단 3명뿐이다. 김병지(45세 5개월15일), 신의손(44세 7개월9일), 최은성(43세 3개월15일) 등인데 모두 골키퍼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는 이동국이 단연 1위다. 2위가 현역 시절 '철인'이라 불리던 김기동 현 포항 감독인데, 그 성실함의 대명사도 39년 9개월18일까지만 필드를 누볐다. 이미 이동국은 김기동과의 차이를 1년가량 벌렸는데 격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북 구단은 지난 7일 "지난해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끈 이동국과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12년째 녹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구단 측은 "이동국은 지난해 팀 내 득점 3위(9골 2도움)에 오르는 등 여전히 최고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전북의 역사를 함께 만든 팀의 레전드 선수로서의 가치를 존중해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설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실력'이 전제됐기에 가능한 연장 계약이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잘하지 못하는 선배'는 후배들이 따르지 않는 법이고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 세계를 경험해본 이들은 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누구보다 아름답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던 차두리 오산고 감독은 현역 시절 막바지 "베테랑이 베테랑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능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력"이라는 뜻을 전한 적 있다. 많은 이들이 존재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노장의 가치'를 말할 때 정작 자기 스스로가 노장이던 차두리는 "그 미덕을 발휘하려면 일단 선수로서의 가치가 빛나야한다"고 단언했다.

차 감독은 "고참은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에 짐이 된다. 경기장 안에서 자신이 가진 경기력을 100% 발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 고참으로서의 몫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발언과 딱 부합하는 인물이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짐'이 아닌 '힘'이다.

참고로 이동국은 차두리 감독(40)보다 형님이다. 올 시즌 경남FC의 지휘봉을 잡는 설기현 감독(41)과는 동갑내기로 현역 시절 대표팀에서 많이 호흡을 맞췄다. 성남FC 새 사령탑 김남일 감독(43)과는 지난 2014년 전북현대에서 우승을 합작한 바 있다. 또래들은 어느새 감독이 됐는데, 이동국은 여전히 당당한 현역 스트라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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