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을 보고
김윤호 논설위원입력 : 2020. 01. 07(화) 19:08
12월 21일(토) 오후 2시, 서울 문화예술의 거리 종로구 대학로에서 영화 ‘백두산’을 관람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화를 사랑하는 모임(영사모)’ 제60차 영화 비평 모임에서 4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보았는데 감동적인 영화였다. 올해 2월 말, 정년 퇴임을 앞둔 영사모 지도교수 박태상(朴泰尙) 국문학과 교수의 열정과 실력, 특히 휼륭한 인품에 매료되어서 바쁜 연말에도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이렇게 좋은 모임의 기회가 아니면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도 자칫 지나치기 쉽다.
나는 십여 년 전부터 영사모에서 주관하는 영화 관람에 참가해 왔다. 좋은 영화를 선택해서 본 후, 만찬과 함께 영화를 본 소감과 비평을 발표하는 시간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유익한 인생과 사회 공부 시간이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서로가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영화 소감문인 칼럼을 몇 편 써서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박 교수의 개방적이고 소탈한 성품과 심층적이고 막힘없는 학식과 경험은 감동적이고 타(他)의 추종을 불허한다. 교육 경력 40년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더욱 빛나는 성취와 옹골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기원드린다.
2007년부터 백두산이 휴화산이 아니라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이라는 주장들이 퍼저서 민심이 조금 흉흉하기도 했다. 제작비 260억 원을 들이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두 배우 이병헌(리준평 역)과 하정우(조인창 역)가 연기 호흡을 맞춘다. 배우 마동석과 전혜진, 배수지도 자기 배역을 잘 소화해서 보여주었다. 12월 19일, 개봉 첫낳 관객 46만명을 동원하여 12월 개봉 영화 사상 최대 인원이고, 천만 관객 가능성이 보이는 영화다.
영화는 백두산이 1차, 2차, 3차 폭발을 해서 서울 시내와 강남역 부근 고층 빌딩들이 무너저 내리고 한강이 해일로 넘치는 현장감과 역동감이 넘친다. 곧 닥칠 백두산 4차 화산 폭발, 마지막 백두산 폭발은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킬 사상 초유의 대형 재난이다. 이 마지막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북한 쪽 백두산 어느 지하갱도 안으로 들어가서 핵 폭발을 시켜서 백두산 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질학자의 학설에 따라서 불가능에 도전하는 특전사 부대원들의 이야기이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남겨 두고 출산 전에 돌와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남한 특전사 대위 조인창은 북파(北派)되어서 이중 간첩이라는 인민무력부 장교 리준평과 접선에 성공한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아군 같기도하고 적군 같기도 한 애매한 불신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험난한 길을 나선다. 가는 도중에 화산 폭발로 죽어가는 아내와 딸 순옥을 만나서 비정한 것 같던 리준평은 평범한 남편과 ‘딸 바보’임을 보여 준다.
많은 위기와 시행착오를 거치고 백두산 지하갱도 안에서의 핵 폭발을 시켜서 남과 북 모두를 휩쓸어버릴 백두산 마지막 폭발을 막아낸다. 민족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딸 순옥을 부탁한다면서 지하갱도 안에서 탈출을 거부하고 함께 사라지는 리준평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사 귀환한 조인창은 아들을 출산한 아내와 딸 순옥, 네 식구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내가 본 영화 소감은 첫째, 우리 민족은 공동 운명체,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오천년 역사에서 수많은 시련과 고난, 외침과 내란을 이겨낸 위대한 민족이다. 가깝게는 일제 식민지배도, 해방도, 전쟁도 함께 겪었다. 큰 사변이나 자연 재난 앞에서 북한은 죽고 남한은 산다는 법이 없다. 너는 죽고 나만 산다는 보장도 없다. 698년에 건국하여 926년에 멸망한 대제국 발해의 멸망 원인을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발해 멸망 연대인 900년대에 백두산 폭발이 많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는 급격한 기후 변화와 생활 환경 변화로 통치체제와 국력의 약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란의 침입은 방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두 동강난 한반도, 남녘 북녘 8천만 동포인 우리는 하루 빨리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단군조선부터 수천 년 같은 피와 같은 말을 이어온 배달민족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같은 대형 자연 재난도 그렇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 적대와 대결, 비용과 비정상을 당하고 있는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힘을 키워서 우리 민족이 주도적으로 ‘70여 년 두른 아픈 철사 허리띠’를 어서 빨리 풀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한(恨)이요, 비원(悲願)이다.
셋째, 이념이나 국적 등 모든 것을 떠나서 자기의 뿌리인 가족은 누구에게나 너무나 소중하다. TV조선의 ‘모란봉 클럽’이나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출연하는 탈북민들이 힘든 북한 생활과 목숨을 건 탈북과정을 털어놓으며 웃고 떠들다가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가 훌쩍이며 눈물짓는다. 3만명 탈북민들은 보호 받아야 할 통일 선봉대인 동시에 신(新) 이산가족이다. 70여년 서로 헤어져서 만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산가족들과 탈북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김윤호 논설위원
나는 십여 년 전부터 영사모에서 주관하는 영화 관람에 참가해 왔다. 좋은 영화를 선택해서 본 후, 만찬과 함께 영화를 본 소감과 비평을 발표하는 시간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유익한 인생과 사회 공부 시간이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서로가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영화 소감문인 칼럼을 몇 편 써서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박 교수의 개방적이고 소탈한 성품과 심층적이고 막힘없는 학식과 경험은 감동적이고 타(他)의 추종을 불허한다. 교육 경력 40년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더욱 빛나는 성취와 옹골진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기원드린다.
2007년부터 백두산이 휴화산이 아니라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이라는 주장들이 퍼저서 민심이 조금 흉흉하기도 했다. 제작비 260억 원을 들이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두 배우 이병헌(리준평 역)과 하정우(조인창 역)가 연기 호흡을 맞춘다. 배우 마동석과 전혜진, 배수지도 자기 배역을 잘 소화해서 보여주었다. 12월 19일, 개봉 첫낳 관객 46만명을 동원하여 12월 개봉 영화 사상 최대 인원이고, 천만 관객 가능성이 보이는 영화다.
영화는 백두산이 1차, 2차, 3차 폭발을 해서 서울 시내와 강남역 부근 고층 빌딩들이 무너저 내리고 한강이 해일로 넘치는 현장감과 역동감이 넘친다. 곧 닥칠 백두산 4차 화산 폭발, 마지막 백두산 폭발은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킬 사상 초유의 대형 재난이다. 이 마지막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북한 쪽 백두산 어느 지하갱도 안으로 들어가서 핵 폭발을 시켜서 백두산 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질학자의 학설에 따라서 불가능에 도전하는 특전사 부대원들의 이야기이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남겨 두고 출산 전에 돌와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남한 특전사 대위 조인창은 북파(北派)되어서 이중 간첩이라는 인민무력부 장교 리준평과 접선에 성공한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아군 같기도하고 적군 같기도 한 애매한 불신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험난한 길을 나선다. 가는 도중에 화산 폭발로 죽어가는 아내와 딸 순옥을 만나서 비정한 것 같던 리준평은 평범한 남편과 ‘딸 바보’임을 보여 준다.
많은 위기와 시행착오를 거치고 백두산 지하갱도 안에서의 핵 폭발을 시켜서 남과 북 모두를 휩쓸어버릴 백두산 마지막 폭발을 막아낸다. 민족을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딸 순옥을 부탁한다면서 지하갱도 안에서 탈출을 거부하고 함께 사라지는 리준평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사 귀환한 조인창은 아들을 출산한 아내와 딸 순옥, 네 식구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내가 본 영화 소감은 첫째, 우리 민족은 공동 운명체,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오천년 역사에서 수많은 시련과 고난, 외침과 내란을 이겨낸 위대한 민족이다. 가깝게는 일제 식민지배도, 해방도, 전쟁도 함께 겪었다. 큰 사변이나 자연 재난 앞에서 북한은 죽고 남한은 산다는 법이 없다. 너는 죽고 나만 산다는 보장도 없다. 698년에 건국하여 926년에 멸망한 대제국 발해의 멸망 원인을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발해 멸망 연대인 900년대에 백두산 폭발이 많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는 급격한 기후 변화와 생활 환경 변화로 통치체제와 국력의 약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란의 침입은 방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두 동강난 한반도, 남녘 북녘 8천만 동포인 우리는 하루 빨리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단군조선부터 수천 년 같은 피와 같은 말을 이어온 배달민족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같은 대형 자연 재난도 그렇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 적대와 대결, 비용과 비정상을 당하고 있는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힘을 키워서 우리 민족이 주도적으로 ‘70여 년 두른 아픈 철사 허리띠’를 어서 빨리 풀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한(恨)이요, 비원(悲願)이다.
셋째, 이념이나 국적 등 모든 것을 떠나서 자기의 뿌리인 가족은 누구에게나 너무나 소중하다. TV조선의 ‘모란봉 클럽’이나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출연하는 탈북민들이 힘든 북한 생활과 목숨을 건 탈북과정을 털어놓으며 웃고 떠들다가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가 훌쩍이며 눈물짓는다. 3만명 탈북민들은 보호 받아야 할 통일 선봉대인 동시에 신(新) 이산가족이다. 70여년 서로 헤어져서 만나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산가족들과 탈북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김윤호 논설위원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