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축구 팬들의 최대 관심은 토트넘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 감독과 한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의 '궁합'에 맞춰졌다. 손흥민이 이미 단단하게 토트넘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고는 하지만 전임 포체티노의 총애가 컸던 선수라는 점에서, 모리뉴라는 지도자가 워낙 자기 색깔이 강하다는 점 등에서 어울릴 수 있을 것인지 물음표가 따랐다.

그 애정 어린 걱정은 주말이 지나면서 환희와 느낌표로 바뀌었다. 손흥민이 멋지게 첫 단추를 끼웠고 새 감독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토트넘은 지난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3무2패, 승리가 없던 토트넘은 6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리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경기는 토트넘에 특별했다. 지난 5년 6개월간 팀을 이끌던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 뒤 모리뉴 감독 체제로 치르는 첫 경기였다. 토트넘 팬들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이 11개월 만에 EPL로 돌아온 모리뇨 감독의 복귀전에 시선을 집중시켰는데, 경기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왼쪽 측면을 기반으로 하는 윙포워드로 나선 손흥민은 반대편의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에 개입했다. 그리고 실질적인 포인트도 쌓아나갔다.

전반 36분 델레 알리의 스루패스를 정확한 타이밍과 터치로 쇄도하며 받아낸 손흥민은 박스 안에서 수비수 한 명을 개인기로 제친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시도해 웨스트햄 골망을 흔들었다. 각이 여의치 않았으나 지체 없었고, 워낙 강해 골키퍼 손을 맞고도 들어갔다. 모리뇨 부임 후 첫 골을 안긴 손흥민은 기세를 이어 두 번째 골에도 관여했다.

전반 43분 탁월한 스피드로 왼쪽 측면을 허물어뜨린 손흥민은 곧바로 왼발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를 문전에서 모우라가 밀어 넣으면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의 정확도 모두 톱클래스였지만 그에 앞서 알리가 측면에서 쓰러지면서 살려낸 공을 그대로 이어받았던 성실한 움직임과 순간 판단력에 더 높은 가치를 줄 수 있었다.

후반 초반 케인의 추가골까지 더한 토트넘은, 경기 막바지 수비진의 집중력 결여로 2골을 내주기는 했으나 초반 손흥민의 활약으로 쌓은 넉넉한 점수 덕분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토트넘으로서도, 1년 가까이 무직 생활을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한 모리뉴 감독으로서도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고 자신감을 취할 수 있던 값진 승리였다. 무엇보다 한국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결과와 내용이었다. 손흥민이 모리뉴 체제에서도 빛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던 경기다.

이제 1경기 했으니 섣불리 재단하기는 어려우나 분명 모리뉴의 토트넘은 포체티노의 토트넘과 달리질 공산이 커 보인다. 공격적 색채가 강했던 포체티노는,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풀어가며 경기 전체를 지배하려했다. 반면 수비 비중을 높인 밸런스 축구를 구사하면서 '실효'를 가장 중시하는 모리뉴는 포체티노에 비하면 단계와 역할이 간결하다.

손흥민이 경기 후 "우리는 지난 5년 가까이 '후방 빌드업'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던 발언이다. 이중 공격 시 모리뉴가 추구하는 효율적 루트에서 중요한 포지션이 바로 '날개 공격수'다.

첼시 시절 아르옌 로벤이나 레알 마드리드 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디 마리아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빠르고, 드리블 돌파 능력이 있고, 직접 슈팅까지 가능한 윙어를 활용해 많은 재미를 보았다. 지도자의 스타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 토트넘 첫 경기에서도 모리뉴는 창의력 좋은 패스를 지닌 델레 알리를 축으로 손흥민-모우라 날개를 활용해 웨스트햄을 흔들었다.

이적시장이 닫혀 있는 때라 현재 자원으로 한동안 팀을 운영해야 하는 것까지 고려할 때 손흥민은 모리뉴 체제 초반 중요한 임무를 띨 공산이 크다.

조건에서 빠질 것 없다. 빠르고 드리블 잘하고 슈팅력도 갖췄다. 게다 양발잡이라 측면을 치고 들어가다 크로스를 올릴 수도 있고 안으로 접어 들어가면서 슈팅을 때리는 소위 '반대발 윙어'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대표팀에서 잘 보여주었듯 수비가담도 뛰어나다. 날개 공격수 손흥민이 모리뉴라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비상할 수도 있는 새 발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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