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최초로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1)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중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없이 "3000안타"라고 답했다.

이정후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누구도 밟지 못한 고지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직 먼 얘기. 그러나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이제 겨우 3년차 선수가 품은 큰 꿈이다.

이정후는 프리미어12 대회 기간 내내 일본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아버지가 과거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던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라는 점과 이정후 스스로 보여준 활약상 때문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과 팬들은 이정후를 일본 구단이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져 이정후의 스타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정후는 "아직 해외에서 뛰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해외로 나가기 위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 때가 돼서 도전할만한 실력이 된다면 나갈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최초로 할 수 있는, 해보고 싶은 목표도 있다"고 3000안타를 언급했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 후 3시즌 동안 535안타를 기록했다. 최연소 500안타 기록도 수립했다. 이대로 15년을 더 꾸준히 활약한다면 3000안타를 채울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30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이어가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정후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았기 때문에 부상만 없다면 공백을 걱정할 일도 없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기록은 LG 박용택이 보유 중이다. 박용택은 2002년 데뷔해 올해까지 18년 간 2439안타를 기록했다. 박용택이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 때문에 당분간 프로야구에서 3000안타에 도전할 선수는 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동경도 드러냈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처럼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것도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많이 보면서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이정후는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량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8경기에서 2루타 5개를 포함해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4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대표팀 타자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앞으로도 이정후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야 할 선수다. 당장 내년에는 도쿄올림픽 일본 상대 설욕전에 앞장서야 한다. 가파르게 성장하며 3000안타라는 커다란 목표를 설정한 이정후. 그의 어깨엔 한국 야구의 미래도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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