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는 것을 옛날 속담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헸다. 고도과학기술 정보화 시대, 4차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일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해도 적절한 표현이 아닐 것만 같다. 하도나 세월이 빨리 흘러도 가고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니까,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날마다 우리 곁으로 날아드는 소식과 정보는 홍수를 이룬다. 우편물, 홈페이지, 카페, 이메일, 블로그, 카카오톡, 페이스북, 밴드, 바이버, 문자 메시지, 전화 등 우리를 불러내고 연결하고 생각을 하게해 주는 삶의 통로와 정보는 너무나 많다. 날마다 시간마다 확인하고 판단하고 기록해 두고 행동하거나 지키지 않으면 미안하거나 소외되고 뒤떨어질 수가 있다. 그래서 복잡다단(多端)한 현대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부적응으로 낙오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와 직장에서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돈(자본)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버렸다. 시장 경제는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 사회는 ‘돈과 자유’가 최고의 가치로 존중 받는다. 황금만능주의가 되어 사람들의 정신과 인격은 온데 간데 없고, 모든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고 한탄하는 소리도 들린다. 오직 돈을 가져야 자유가 있고, 돈이 없으면 부자유하고 비굴해지기 쉽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30-50 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여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7위 경제강국에 올랐다. 1963년 100달러에서 시작하여 단군 이래 최고 부자 나라, 선진국이 되었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잠깐 살펴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에서 자살율은 8년 연속 1위, 남녀 임금격차 13년째 1위, 국가청렴도 54점(100점 만점)으로 최하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2위, 노인 빈곤율 1위, 청소년 성인 흡연율 1위, 교통 사고율 1위,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평가 최하위, 이혼 증가율 1위, 낙태율 1위, 실업 증가폭 1위, 결핵·당뇨·간질환·대장암·심근경색 사망률 1위, 유리천장 지수 1위, 사회 갈등 수준 2위, 산업재해 사망률 2위, 대기환경 최하위 등 너무나 많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학업과 진학, 취업과 금수저·흙수저 세상의 차별 앞에서 좌절하고 상처 받는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노인들은 노인 빈곤과 외로움으로 삶의 허무를 느낀다. 서구 선진국들은 국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에 할당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의 최대 의무요,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를 부모로 둔 나는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도 고행에 집과 논이 있고, 부모님 등 조상들의 묘소가 있다. 오직 근면과 정직으로 작은 부농(富農)을 이루었던 부모님에게서 ‘사람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 때는 그 뜻을 잘 몰랐다.

이제 결혼도 하고 자식들도 낳아서 기르고 결혼도 시키고, 나이도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후반부에 들어서니, ‘사람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다’는 말씀이 가슴에 꽂혀서 세월이 갈수록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다. 자식으로, 부모로, 남편으로, 친구로, 단체 구성원이나 책임자로 주어진 도리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긴 세월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고뇌와 상처가 필요했다.

누구나 자기의 부족과 무지(無知), 어리석음(無明)을 깨닫는 것이 참 어렵다. 자기의 어디가 어떻게 부족하다는 것을 명쾌하게 안다는 것만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자기의 잘못과 잘못된 판단을 깨닫고 고백하고 바로잡는 용기를 갖는 일은 더욱 어렵다. 자기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일은 한두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평생을 두고 쉬지 않고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인생의 대사(大事)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부지런히 일하고 부지런히 성찰하고 부지런히 고쳐 나가야 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