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세계랭킹 1위, 올해의 선수상 등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고진영은 과거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다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진영은 27일 부산 기장군의 LPGA 인터내셔널 부산 밸리·레이크 코스(파72·6726야드)에서 막을 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 241점을 기록하게 됐다. 2위 이정은6(23·대방건설·123점)에 118점 앞서있다. LPGA투어 우승자에게 30점이 주어지는데 남은 대회는 단 3개 뿐이다. 고진영은 남은 대회 결과에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이번주 열심히 했지만 체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 아쉽다"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고국에서 열린 대회를 통해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하게 돼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3년 프로로 전향한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0승을 기록했다. 이후 2017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고진영은 미국 무대에서 데뷔전이었던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이어 이번 시즌에는 메이저대회 2승을 비롯해 시즌 4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진영은 "한국에서 뛸 때 한 번도 1인자였던 적이 없었다. 신인 때는 백규정, 2년차에는 전인지, 3년차에는 박성현에 밀렸다. 나도 잘했지만 나보다 그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가려졌던 것 같다"며 "주변에서 힘들었겠다고 얘기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려졌던 것이 나를 더 단련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프로가 되기까지 집안이 재정적으로 어려웠다고 과거도 털어놨다. 이어 프로가 된 이후에는 다른 것을 신경쓸 사이 없이 골프에만 집중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10살 때 시작했는데 집이 어려웠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면서 지원해주셨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가 된 이후에는 빚이 많았다. 프로가 된 후, 빨리 노력해서 빚을 갚아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5승, 6승을 할 때까지도 빚이 없어지지 않아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상황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외에도 상금왕,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등도 수상이 유력한 상태다. 이번 대회 전까지 68.901의 평균타수를 기록 중인 고진영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기록인 68.697타를 넘보고 있다.

고진영은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올해 못 깨면 내년에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골프를 올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 안 되면 내후년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도전하는 골퍼가 멋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최근 태극기가 들어간 스코어북을 가지고 다녀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고진영은 "캐디가 선물해준 것이다. 한국인이라서 당연히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다"며 "나는 대한민국이 너무 좋다. 다시 태어나도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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