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와 국민청문회, 기자간담회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9. 09. 03(화) 16:37
9월 2일(월) 오후 3시 30분, 국회 본청 246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선하고 원내 대변인이 사회를 보고 조국(曺國)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청해서 무제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시간과 질의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무제한 기자 간담회라고 한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가 아닌 기자 간담회를 집권 여당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한다는 것은 초유(初有)의 일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이 조국 후보자의 어머니, 처, 딸은 빼고 동생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해서 가족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9월 2일과 3일, 2일 간 잡혔던 청문회 일정이 무산되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은 공격적으로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게 되어 있고, 여당은 후보자를 방어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타협하여 인사 청문회를 진행시켜야 한다. 인사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여당의 책임이 크다. 민의(民意)의 전당 국회 인사 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으로 정해진 법적인 절차다.
인사 청문회가 열려도,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안했다고 후보자에게 따지고, 여야(與野) 의원 간에 고성으로 설전(舌戰)을 벌이며 오전을 보낸다. 오후에는 몰랐다, 안했다, 기억이 안난다, 관계없다, 사생활이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 가족과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은 국민에게 죄송하다 등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한다. 야당 의원의 난처한 질문은 여당 의원의 엄호를 받으며 어물어물 피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만 넘기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인사 청문회 청문위원들은 자료 제출 요구권도 있고, 후보자는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안해도, 허위 증언을 해도 강제 수사권이 없고, 나오지 않는 증인에 대한 강제 구인권(拘引權)도 없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저리 빠져나가는 후보자를 질문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국민의 판단을 받게 한다는 일은 참으로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 태국 등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곧 밟을 예정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기습 침략, 국민 무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민 청문회 성격의 기자 간담회를 열겠다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예고했었다.
기자 간담회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의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좋으나, 기자에게는 자료 제출 요청권도 없고, 증인 요청이나 증인 심문권도 없다. 부인하거나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해도 듣고만 있을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짧은 시간에 후보자의 일방적인 설명과 해명으로는 국민적인 의혹이나 상식에 어긋난 많은 특혜와 비리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의혹이 늘어나거나, 후보자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다.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어서 죄송하다.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대학생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해 놓고 국민적인 의혹과 사실로 드러난 특혜와 비리 등에 대해서 전적으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첫째, 한 번 시동(始動)이 걸리면 중지하기가 좀처럼 어려운 권력의 속성을 보았다. 본인도 그렇지만, 속해 있는 진영(陣營)의 추동적(推動的) 논리와 분위기를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다가 죽더라도 갈 데까지 가보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이고, 자존심이기도 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이든 한 번 결정된 일을 뒤집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둘째,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 총학생회가 조국 후보 사퇴와 서울대 교수 사퇴, 조국 딸 대학 입학과 장학금 특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해도 젊음과 열정, 지성과 야성을 갖추고 자유 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순수하고 국민적인 양심과 정의를 대변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도 조국 후보의 고2 딸의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등은 부정이고 허위이며 범죄라고 단정하고 있다. 담당교수에게 논문 취소를 요구하고,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하고 있다.
셋째, 조국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의 두 배가 된다. 국민적인 판단은 이미 끝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삼십대(2030)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4050)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6070)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당 득표율이 의원 당선에 영향을 미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시켜서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의 국회의원 6석에서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정의당의 기준이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기준이 있다’고 말이 바뀌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국민은 평소에는 힘이 없지만, 선거 때 투표가 최대의 무기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꾼 경험과 힘을 가진 우리 국민들은 깨어있는 눈으로 잘 지켜보고 있다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후회 없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과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가 아닌 기자 간담회를 집권 여당의 주선으로 국회에서 한다는 것은 초유(初有)의 일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이 조국 후보자의 어머니, 처, 딸은 빼고 동생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해서 가족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9월 2일과 3일, 2일 간 잡혔던 청문회 일정이 무산되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은 공격적으로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하게 되어 있고, 여당은 후보자를 방어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타협하여 인사 청문회를 진행시켜야 한다. 인사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여당의 책임이 크다. 민의(民意)의 전당 국회 인사 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으로 정해진 법적인 절차다.
인사 청문회가 열려도,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안했다고 후보자에게 따지고, 여야(與野) 의원 간에 고성으로 설전(舌戰)을 벌이며 오전을 보낸다. 오후에는 몰랐다, 안했다, 기억이 안난다, 관계없다, 사생활이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 가족과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은 국민에게 죄송하다 등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한다. 야당 의원의 난처한 질문은 여당 의원의 엄호를 받으며 어물어물 피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만 넘기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인사 청문회 청문위원들은 자료 제출 요구권도 있고, 후보자는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안해도, 허위 증언을 해도 강제 수사권이 없고, 나오지 않는 증인에 대한 강제 구인권(拘引權)도 없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저리 빠져나가는 후보자를 질문하여 진실을 밝혀내고 국민의 판단을 받게 한다는 일은 참으로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 태국 등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곧 밟을 예정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기습 침략, 국민 무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민 청문회 성격의 기자 간담회를 열겠다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예고했었다.
기자 간담회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의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좋으나, 기자에게는 자료 제출 요청권도 없고, 증인 요청이나 증인 심문권도 없다. 부인하거나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해도 듣고만 있을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짧은 시간에 후보자의 일방적인 설명과 해명으로는 국민적인 의혹이나 상식에 어긋난 많은 특혜와 비리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의혹이 늘어나거나, 후보자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다.
‘젊은 세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어서 죄송하다.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대학생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해 놓고 국민적인 의혹과 사실로 드러난 특혜와 비리 등에 대해서 전적으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첫째, 한 번 시동(始動)이 걸리면 중지하기가 좀처럼 어려운 권력의 속성을 보았다. 본인도 그렇지만, 속해 있는 진영(陣營)의 추동적(推動的) 논리와 분위기를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다가 죽더라도 갈 데까지 가보고 싶은 것이 인간 심리이고, 자존심이기도 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이든 한 번 결정된 일을 뒤집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둘째, 서울대·고려대·부산대 등 총학생회가 조국 후보 사퇴와 서울대 교수 사퇴, 조국 딸 대학 입학과 장학금 특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해도 젊음과 열정, 지성과 야성을 갖추고 자유 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순수하고 국민적인 양심과 정의를 대변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도 조국 후보의 고2 딸의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등은 부정이고 허위이며 범죄라고 단정하고 있다. 담당교수에게 논문 취소를 요구하고,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하고 있다.
셋째, 조국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의 두 배가 된다. 국민적인 판단은 이미 끝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삼십대(2030)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4050)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6070)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당 득표율이 의원 당선에 영향을 미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시켜서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의 국회의원 6석에서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정의당의 기준이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기준이 있다’고 말이 바뀌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국민은 평소에는 힘이 없지만, 선거 때 투표가 최대의 무기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꾼 경험과 힘을 가진 우리 국민들은 깨어있는 눈으로 잘 지켜보고 있다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후회 없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과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