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하던 한화 이글스 마운드에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해외 유턴파' 김진영(27)이다.

김진영은 지난 28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4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2루에서 승리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구원 등판한 신정락이 박병호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 김진영의 승리가 날아갔다. 그러나 한화가 2-1로 승리하면서 김진영의 호투도 빛났다.

도망가지 않는 적극적인 승부가 돋보였다. 1회초 박병호와 제리 샌즈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박병호는 전날 홈런 4방을 몰아치며 홈런 선두로 올라선 상황이고 샌즈 역시 홈런 2위다. 도망가는 피칭이라기보다 신중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1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김규민을 2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불을 끈 김진영은 2회초와 3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내며 안정을 찾았다. 4회초에는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샌즈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규민에게 병살타를 유도, 이닝을 끝냈다. 5회초 역시 1,2루 위기를 병살타로 모면했다.

무시무시한 타자 박병호와 샌즈 외에는 볼넷을 내주지 않은 피칭이었다. 대체적으로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무엇보다 리그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키움 타선을 맞아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날 경기는 김진영의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다. 지난 21일 SK 와이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로 예고됐으나 경기가 우천취소되며 기회를 미뤘고, 22일 SK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22일 SK전에서도 김진영은 6-4로 앞선 6회말 승리요건을 갖추고 강판했으나 불펜이 역전을 허용, 데뷔승을 놓친 바 있다.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고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셈이다.

김진영은 덕수고등학교 출신으로 2011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지만 2013년 방출된 뒤 2017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1라운드 5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이른바 '해외 유턴파'다.

큰 기대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으나 2017년 3경기(2⅔이닝 3실점), 지난해 4경기(11⅓이닝 10실점) 등판에 그쳤다. 올 시즌도 어깨 통증으로 8월말이 돼서야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뒤늦게 팀에 가세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김진영이다. 올 시즌 한화의 최대 과제는 토종 선발 투수 육성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면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선수가 전무하다.

그런 점에서 김진영의 2경기 연속 호투는 의미가 크다. 아직 20대인 김진영이 남은 시즌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한화도 희망을 갖고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김진영에게는 앞으로 계속 선발 기회가 주어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