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권력도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어떤 정치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권력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 민심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 국민이 세상의 주인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장난이 아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말 타고 금메달이라도 땄고 이화여대에만 국한되었다. 조국 후보자 딸은 한영외고, 단국대, 공주대, 고려대, 서울대, 부산대 등 다섯 개 대학과 한 개 고등학교에 걸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 딸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문계 외국어고 2학년 학생이 2주 인턴으로 의사나 박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험해서 쓰는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이다. 저자 소속도 고교생이 아니고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박사학위 소지자로 기재했다. 실제 논문이 완성된 후에 인턴도 했다.

나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열중해서 내 정신을 잃어버리고 내 자동차를 어디에 주차한지를 잊어버렸다. 새벽 2시경에 도난신고를 하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자고 있는 아파트 기술직 직원들을 깨워서 한 달 전부터 녹화된 폐쇄 회로 TV(CCTV)를 돌려서 본 적도 있다. 나는 한국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등에서 활동하면서 논문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지만 학회지(學會誌)에 논문을 게재하는 문제는 박사 학위 소지자인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대한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등에서도 단국대 담당 교수에게 논문 취소를 권유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학회는 조국 후보자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올라온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로 죽음의 노트, 데스노트(Death Note)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조국 후보자 의혹에 대하여 ‘이삼십대(2030)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4050)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6070)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칼날 위에 선 자세로 성찰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청문회 후로 판단을 유보한다고 하지만, 이미 사안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 전에 한국헌법학회 회원으로서 학술대회와 끝난 후의 만찬에서 앞자리에 앉은 조국 후보자를 두어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별 다른 대화는 나누지 안했지만, 촉망받는 신진학자로서 좋은 이미지를 가졌다. 이번 사건이 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진보와 정의의 아이콘처럼 생각했다. 나도 실망이 크다.

8월 23일(금),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있었다. 고려대생들은 ‘입학 과정의 진상을 규명하라. 조국은 사퇴하라. 자유 정의 진리는 아디에 있습니까?’고 외쳤다. 조국의 특권과 위선에 분노한 서울대생들은 ‘후안무치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사퇴와 서울대 교수 사퇴’를 요구하는 총학생회 입장문을 발표하고, 8월 28일(수) 총학생회 주최로 2차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안정치연대,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라고 치부하더라도, 전문가단체인 대한의학회와 대한병리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학회 등의 주장과 서울대생과 고려대생들의 주장은 귀 기울여서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국민여론도 많이 악화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긍정 평가는 46%로 내려갔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도 지지도도 39%가 되고 자유한국당은 31%를 넘어섰다. 여론은 변할 수 있다지만, 이런 민심의 움직임을 계속 무시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을 상기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에 환호했던 많은 국민들은 지금 고국 의혹 앞에서 허탈하고 분노하고 있다. 더구나 조국 후보자는 평소에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 개천에 사는 붕어, 개구리, 가재도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강조하면서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역설했다. 자기가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와서 자기를 치는 모습이기에,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과 싸우는 형국’이라고 풍자하기도 한다.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앞으로 나아가는 진(進)과 물러나는 퇴(退)를 때에 맞게 분명히 잘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물러나는 적절한 때를 알아서 지혜롭게 물러나는 일은 더 중요하다. 물러나는 때를 늦추거나 놓쳐버리면 치욕과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

대법관 출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로 받은 14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니까,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박 모 의원은 ‘국민이 번 돈 내놓으라고 했느냐? 신(新)매관매직이다’고 공격해서 낙마시켰다. 나는 작년 한국헌법학회 모임 후, 만찬 장소에서 헌법학자들에게 ‘헌법 위에 무슨 법이 있는 줄 아느냐?’고 물었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고 자문자답한 일이 있다. 이 시점에서 웅동학원과 가족 펀드를 사회 환원하겠다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

조국 후보자는 지금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형세여서 싫다고 달리는 호랑이 등 위에서 혼자서 뛰어내릴 수도 없다. 그 추운 겨울에도 23차 촛불집회에 개근(皆勤)한 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