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활동가 이희호 여사 서거를 애도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9. 06. 11(화) 17:24
고(故) 김대중(DJ) 15대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97세)가 6월 10일(월) 저녁 11시 37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국무총리를 지낸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 대통령의 평생 비서실장을 지낸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이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있는 장례위원회에서 사회장으로 하기로 하고 ‘사회활동가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장례 명칭을 발표했다. 장례는 5일장으로 14일(금) 발인하고 국립묘지 현충원에 있는 전 김 대통령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 여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YWCA 총무를 시작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위한 관심과 활동을 지속했다. 특히 두 살 연하의 탄압받는 호남 출신의 야당 정치인 DJ와 가족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했다. 그 후 수많은 정치적 좌절과 사형선고 등 네 번의 사선(死線)을 넘으며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파란만장한 DJ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에는 광주사태, 또는 광주시민 소요사태라고 부름)을 배후 조종한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수괴(首魁)로 체포되어서 육군형무소에 감금되어 있으면서 부인 이 여사와 아들 김홍업에게 엽서에 빽빽이 써서 밖으로 보낸 ‘옥중서신‘은 만인의 심금을 울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탱크와 헬리콥터 등 중무장한 계엄군으로 유혈 진압을 한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 아래에서 모든 사람이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을 때,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께' 혹은 '사랑하는 홍업에게' 등으로 시작하는 DJ의 옥중 서신은 철통의 감시를 뚫고 나와 동굴 속 깜깜한 암흑에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을 주었다.
나중에 책으로 나온 ‘옥중서신’을 나도 눈물을 글썽이며 탐독했다. 엽서 한 장에 어떻게 그 많은 깨알 같은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참으로 감동적이었고, DJ의 초인적인 집념과 능력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옥중서신' 중에는 ‘사람은 가난하게 되지도 말고 지나치게 부유하게 되지도 말 일이다. 우리는 가난해도 부유해도 다 같이 돈의 노예가 된다. 알맞게 갖고 자유인이 될 일이다. 우리는 중요한 일과 중요한 것같이 보이는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후일에 되돌아보면 하찮은 일을 중요하다고 매달려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했던가!’라는 말도 있다.
나는 1987년 11월 평화민주당 창당 때부터 김대중 총재를 모시고 중앙당 인권위원회 부국장으로 있으면서 여의도 대하빌딩 같은 층에서 많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많은 보고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DJ는 1988년 2월 7일, 나의 결혼식 전에는 총재실로 나를 불러서 ‘결혼을 축하한다’면서 축의금 봉투를 건네주기도 했다.
2009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식에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등 1천여 명의 민주진영 정치인들이 3층과 4층을 가득 메웠는데, 김대중 평화센터를 대표해서 내가 건배 제의를 한 일은 내 평생의 역사의 한 장면이다. 2009년 5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부엉이 바위에서 서거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참석하고 입원하여 8월에 서거했다. 나는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주(喪主)로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갈수록 빛나는 겨레의 큰 별이여 ’라는 추모시도 지어서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여사와도 수없이 만나고 인사하고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소개한다. 2012년 1월 11일(화)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작동 현충원 국립묘지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묘지에서 이 여사, 권노갑 고문, 전·현직 국회의원 등 참석자를 대표하여 나의 행정학박사 논문을 김 전 대통령 묘소 앞 상석(床石)에 올려놓고 묵념하고 인사한 일이 있다. 나의 논문이 ‘통일정책과정에서의 당정협조에 관한 연구, (부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김 전 대통령의 평생의 통일정책인 ‘햇볕정책’을 연구한 논문이기에 그러한 영광된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지금도 묘소에서 이 여사를 모시고 둘이서 찍은 사진을 잘 보관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권노갑 고문 등 동지들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금까지도 매주 참배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한 일이다. 이 여사(90세)도 매주 빠지지 않고 나오시나, 연로하여 비서진의 부축을 받으며 묘소 앞으로 걸어와서 의자에 앉아서 묵념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말없이 미소를 지은 인자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장미 대표 등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승낙하고 참여했으며, 11일 오늘 모두 빈소를 찾아서 조문했다. 몇 개월째 문만 열어 놓고 일을 안하는 개점휴업 상태를 서로 남탓만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바가지로 왕창 욕을 얻어먹고 있는 정치인들이 모처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이 조의를 표하는 말을 했지만, DJ와 이 여사를 오랫동안 지근(至近)에서 모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은 이 여사에 대한 조의와 평가를 함축적이고 시적(詩的)으로 잘 나타냈다. ‘김 대중 대통령은 이희호 야사에게서 탄생했다’. 여성과 민주주의, 정의와 평화통일을 위하여 파란만장한 한 평생을 살다 가신 이 여사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하늘나라에서 김 전 대통령과 큰 아들(김홍일)을 만나서 행복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이 여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YWCA 총무를 시작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위한 관심과 활동을 지속했다. 특히 두 살 연하의 탄압받는 호남 출신의 야당 정치인 DJ와 가족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했다. 그 후 수많은 정치적 좌절과 사형선고 등 네 번의 사선(死線)을 넘으며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파란만장한 DJ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에는 광주사태, 또는 광주시민 소요사태라고 부름)을 배후 조종한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수괴(首魁)로 체포되어서 육군형무소에 감금되어 있으면서 부인 이 여사와 아들 김홍업에게 엽서에 빽빽이 써서 밖으로 보낸 ‘옥중서신‘은 만인의 심금을 울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탱크와 헬리콥터 등 중무장한 계엄군으로 유혈 진압을 한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 아래에서 모든 사람이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을 때,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께' 혹은 '사랑하는 홍업에게' 등으로 시작하는 DJ의 옥중 서신은 철통의 감시를 뚫고 나와 동굴 속 깜깜한 암흑에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을 주었다.
나중에 책으로 나온 ‘옥중서신’을 나도 눈물을 글썽이며 탐독했다. 엽서 한 장에 어떻게 그 많은 깨알 같은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참으로 감동적이었고, DJ의 초인적인 집념과 능력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옥중서신' 중에는 ‘사람은 가난하게 되지도 말고 지나치게 부유하게 되지도 말 일이다. 우리는 가난해도 부유해도 다 같이 돈의 노예가 된다. 알맞게 갖고 자유인이 될 일이다. 우리는 중요한 일과 중요한 것같이 보이는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후일에 되돌아보면 하찮은 일을 중요하다고 매달려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했던가!’라는 말도 있다.
나는 1987년 11월 평화민주당 창당 때부터 김대중 총재를 모시고 중앙당 인권위원회 부국장으로 있으면서 여의도 대하빌딩 같은 층에서 많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많은 보고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DJ는 1988년 2월 7일, 나의 결혼식 전에는 총재실로 나를 불러서 ‘결혼을 축하한다’면서 축의금 봉투를 건네주기도 했다.
2009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식에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등 1천여 명의 민주진영 정치인들이 3층과 4층을 가득 메웠는데, 김대중 평화센터를 대표해서 내가 건배 제의를 한 일은 내 평생의 역사의 한 장면이다. 2009년 5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부엉이 바위에서 서거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이 행사를 마지막으로 참석하고 입원하여 8월에 서거했다. 나는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주(喪主)로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갈수록 빛나는 겨레의 큰 별이여 ’라는 추모시도 지어서 신문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여사와도 수없이 만나고 인사하고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소개한다. 2012년 1월 11일(화)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작동 현충원 국립묘지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묘지에서 이 여사, 권노갑 고문, 전·현직 국회의원 등 참석자를 대표하여 나의 행정학박사 논문을 김 전 대통령 묘소 앞 상석(床石)에 올려놓고 묵념하고 인사한 일이 있다. 나의 논문이 ‘통일정책과정에서의 당정협조에 관한 연구, (부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김 전 대통령의 평생의 통일정책인 ‘햇볕정책’을 연구한 논문이기에 그러한 영광된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지금도 묘소에서 이 여사를 모시고 둘이서 찍은 사진을 잘 보관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을 모신 권노갑 고문 등 동지들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금까지도 매주 참배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한 일이다. 이 여사(90세)도 매주 빠지지 않고 나오시나, 연로하여 비서진의 부축을 받으며 묘소 앞으로 걸어와서 의자에 앉아서 묵념과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말없이 미소를 지은 인자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장미 대표 등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 승낙하고 참여했으며, 11일 오늘 모두 빈소를 찾아서 조문했다. 몇 개월째 문만 열어 놓고 일을 안하는 개점휴업 상태를 서로 남탓만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바가지로 왕창 욕을 얻어먹고 있는 정치인들이 모처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이 조의를 표하는 말을 했지만, DJ와 이 여사를 오랫동안 지근(至近)에서 모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은 이 여사에 대한 조의와 평가를 함축적이고 시적(詩的)으로 잘 나타냈다. ‘김 대중 대통령은 이희호 야사에게서 탄생했다’. 여성과 민주주의, 정의와 평화통일을 위하여 파란만장한 한 평생을 살다 가신 이 여사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하늘나라에서 김 전 대통령과 큰 아들(김홍일)을 만나서 행복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