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2019년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뎌진 애국심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의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문득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도 있었노라 /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르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 그러다가 죽었노라...

하지만 지난 역사 속에 이나라 지키고자 죽어간 국군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그렇다.

그들이 하고자 했던 수많은 말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을 것이다.

69년 전 북한은 '6.25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상 속에 희생됐고 40만 이상의 국군이 전장에서 산화했다.

온 국토는 일제 강정하의 치욕을 채 씻어내기도 전에 다시금 만신창이가 됐다. 북한은 6.25 이후에도 우리를 상대로 거의 500여 건이 넘는 테러를 자행해 왔다.

1968년 '1·21청와대 기습'을 비롯해 '아웅산 폭탄테러', 'KAL기 폭파' 그리고 '강릉 무장공비 침투'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이 밖에도 무모한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을 통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위협해왔다.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은 우리의 안보현실과 국방태세를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체감하는 북한에 대한 위협은 너무도 미미하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설마 전쟁이 다시 일어나겠냐는 '안보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유월은 분명 우리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뜻 깊은 달이다. 오는 6일 현충일은 진혼의 나팔 소리가 온 산하에 메아리치면서 소복의 긴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제단 앞에 분향을 올리는 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해마다 맞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나라와 겨레의 의미가 올해는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정치판의 혼탁 등 정국의 혼미 속에서, 그리고 생활 전선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동안 잠시나마 망각할 수 있는 현충일의 숭고한 뜻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현충일 하루 만이라도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온 국민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이어야 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목숨 바쳐 싸운 애국선열들의 값진 희생 앞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어야 한다. 그 영령들의 넋은 비록 말이 없지만 조국의 오늘과 내일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남아있는 우리와 함께 바라보는 엄숙한 비명(碑銘)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외로울 수 없으며 이날은 해마다 새로운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조국은 아직도 분단 상태이지만 오늘 우리가 어깨를 겨누면서 독립과 자유, 민주 발전을 이룩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의 대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현충일을 결코 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충혼 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묵념을 올리는 연례적 행사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애국심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국립묘지가 역사교육의 현장이자 관광명소라고 한다.

이제라도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서 내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를 돌아보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죽음으로 말한 것을 들을 줄 아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고개숙일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