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정치는 국민의 사고(思考)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나라와 전쟁도 하고, 발전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막강한 권력을 정치권이 쥐고 있다. 옛날에는 왕이나 군주, 지배계급이 절대 권력을 독점하고 자의적(恣意的)으로 휘둘렀으나, 지금은 독재를 막기 위하여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국가권력을 분산시켜서 서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을 취하도록 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권력은 한 사람, 또는 하나의 조직에 모으려는 집중의 속성을 갖고 있고, 견제가 없으면 전횡(專橫)과 남용(濫用)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실패와 고통의 역사적 교훈을 거치며 권력의 선한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와 제도를 마련했으나 지금도 권력의 오용(誤用)과 남용은 많은 국가에서 문제가 되어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는 말은 유명하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생활을 좌우하는 가장 큰 힘이다.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인을 욕하지만, 정치인들의 생각과 행동은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대통령령과 입법 등을 통해서 국민들의 삶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요사이 국회의원들이 ‘막말 따먹기’ 하듯이 서로 막말 경쟁에 재미를 붙인 듯 보인다. 여기에서 일일이 모두 말하기도 낯 뜨겁다.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하지 말자고 여야(與野)가 서로 합의해서 처리한 국회선진화법은 어디 가고 수(數)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동물국회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서로 잘했다고 상대방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싸우는 모습은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의 품격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렇게 실망과 절망을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은 막말로 한 방 더 먹였다. 그로기상태로 비틀거리며 정신적 공황을 겪는 국민들을 한 벙 더 먹여서 넉다운 시키자는 심산으로 보였다. 세상도 비정하고 정치는 더욱 비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순박한 정신을 가진 보통 사람들은 정치에 함부로 뛰어 들어가서 견딜 수가 없다. 보통 심장을 가진 사람은 정치하기가 너무 어렵다.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왜 막말하기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정치심리학자도 아니고, 사회심리학자도 아니다. 더구나 언어분석 철학자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상식인의 한 사람으로, 정치 에 관심이 있고 정치 변두리에 몸도 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소견을 말할 뿐이다. 정치인 막말의 원인은 첫째,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 보도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정치인은 자기들의 입장을 시원하게 대변한 정서를 갖게 된다. 일역 무명에서 동류(同類)의 리더로 부상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일반 국민들도 그 사람의 이름과 존재를 알게 되고 찬반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정치인은 명예를 먹고 사는 존재다. 자기 지역구 구민들과 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지명도(知名度)가 높아간다. 이것을 마다할 정치인은 절대 없다. 정치인은 자기가 죽어서 부고(訃告)가 언론에 나는 것만 싫어하고 신문이든, 방송이든, 텔레비전이든 언론에 이름이 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언론 매체 카메라에 나오기 위하여 결사적으로 노력하는 정치인을 볼 때는 차라리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 정치인을 직접 많이 보아 왔다.

셋째, 언론 보도 자체가 큰 홍보 자료가 된다. 다음 선거에서 홍보 책자와 유인물에 사용할 아주 가치 있는 자료가 된다. 돈 안 들고 선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언론 보도다. 홍보 자료를 넘어서 자신의 업적이나 경력 사항이 될 수도 있다. 막말을 하고 유감 등 적당한 변명과 어설픈 사과, 합리화로 다시 한 번 더 언론에 보도되는 기회를 안게 되는 수도 있다.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니고, 일석삼조(一石三鳥), 일석사조(一石四鳥) 정도는 된다.

이러니 머리 좋고 똑똑한 정치인들이 언론 보도로 잘하면 일약 스타가 된 듯 착각을 주는 막말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일은 지켜야 할 정도(程度)가 있고, 한도(限度)가 있고, 예의가 있다. 정치인들은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금도는 다른 사람을 포용할만한 도량을 뜻한다. 아무리 정치의 세계가 각박하고 비정해도 지켜야 할 예의와 한도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국가사회의 지도층이요, 국가사회의 운명과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들이 막말을 좋아하고 남에게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막말을 주고받는 세태는 정치 불신에 화나 있는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할 뿐이다. 일반사람들만도 못한 자격 없는 정치인들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근본적인 해결자는 깨어있는 국민, 행동하는 국민이다. 선거 때, 막말과 잘못된 행동을 한 정치인은 깨끗이 낙선시켜야 한다. 국회나 소속 정당 윤리위원회 처리, 법적인 절차와 심판을 떠나서 평소에도 잘못하는 국회의원을 국가의 주인인 주민들이 소환해서 해임 또는 파면할 수 있는 법제도를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을 소환 파면할 수 있는 입법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하고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막연하지만 깨어있는 국민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