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아름다운 소백산 겨울 산행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9. 02. 19(화) 16:38
지난 토요일,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옆에서 희망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관광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 6시 40분, 쌀쌀한 겨울 날씨가 두툼한 등산복으로 무장하게 만들었다. 오늘 산행지는 충북 단양군에 있는 소백산이다.
관광버스 안에서 자기소개 겸 인사말을 할 기회가 있어서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산에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하고(근면), 산에 가면 한 걸음 한 걸음 땀 흘리며 자기 발로 걸어가야 하고(정직), 함께 산을 오르는 동행자를 배려하며 오르며 내려오면서 스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다정한 인사도 나누는 열린 마음이 된다(성실), 특히 산의 정상에 오르면 오래 머물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곧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하는 삶의 겸손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지혜의 상징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을 비롯해서 어떠한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다. 물이 없으면 사막이다. 또한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어 주기도 하고 웅덩이가 있으면 고여 있기도 하고 소용돌이를 만나면 기다렸다가 흘러간다. 봄비도 되고 폭우, 홍수도 된다. 잘난 체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우겨대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서 마침내 평등과 자유, 생명과 진리의 바다에 닿는다. 그래서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주장했다.
지난 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만에 산에 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오랜만에 가는 산행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김밥과 떡 한 덩어리로 아침을 때우고 10시 30분에 충북 영동군 어곡리 매표소에 도착했다. 일부는 산 아래에 남아서 시간을 보내고 일부는 소백산 등산을 시작했다. 나는 곧 나 자신의 방심과 준비 부족을 깨달아야 했다. 서울 시내에서는 눈이 거의 없고 눈이 조금 내렸다는 뉴스는 며칠 전에 보았다. 그래서 눈길이나 빗길에 발에 채워야 하는 아이젠을 안 가지고 온 것이다. 산을 조금 오르니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등산로를 덮고 있었다. 후회는 이미 늦었다. 올라갈 때는 그래도 좀 나으나, 내려갈 일이 걱정되었다.
미끄럽지 않은 곳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딛으며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중턱 쯤 오르니 완전히 눈꽃 세상이었다. 잎새를 모두 떨구고 맨몸, 나목(裸木)으로 서있는 나무 가지가 온통 새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환상적인 풍경이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다른 별나라에 온 것처럼 눈꽃 세상, 하늘까지도 눈꽃으로 덮힌 완전한 설국(雪國)이다. 아,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조화에 경탄과 감탄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눈을 뜰 수 없고 눈이 아릴 정도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능선을 지나서 해발 1439m의 비로봉(毘盧峰)에 올랐다. 산행 출발지 어곡리 매표소 어의곡주차장에서 5.1km 거리를 4시간 걸어서 오후 2시 30분에 비로봉에 도착했다.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하여 하산을 서둘렀다.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못 먹은 김밥을 천동쉼터에서 오후 세 시경에 점심으로 먹었다. 가지고 간 생수도 얼어붙어서 먹지 못하고 바로 출발해야 했다.
비탈진 하산길은 완전히 나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하는 길이었다. 아직도 녹지 않은 길은 눈과 얼음으로 덮혀 있었다. 발걸음 하나하나 내딛을 때 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자세를 낮추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아이젠을 챙겨서 가져 오지 못한 나의 방심과 준비 부족을 뼈아프게 뉘우쳐야 했다. 시련의 시간이다. 만약 넘어져서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큰일이다. 미끄러져서 골절(骨折)이라도 되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오직 나의 시력과 발, 정신력과 체력을 믿을 뿐이다.
산에서 내려올 때를 더 조심해야 한다. 권력의 자리에서나 우리네 삶에서 끝마무리가 더 중요하듯이, 하산길은 많은 교훈을 준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눈이 없는 평지 길이 나오는 비탈길, 눈길이 거의 끝날 무렵, 나는 빙판(氷板)을 덮고 있는 눈을 딛고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백두산 보다는 낮은 소백산을 찾았지만,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나의 방심과 불성실을 소백산 산신령님이 사랑의 체벌을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참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산행이었다.
비로봉에서 천동매표소까지 하산길 7.2km를 세 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아침도, 점심도 김밥과 떡 한 덩어리 먹으며 소백산 비로봉 12.3km 산길을 오르고 내려오는 데에 7시간이 걸렸다. 일행을 만나서 집에 오니 오후 8시였다.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서민들의 삶은 언제나 힘들고 팍팍하다. 그러나 법적인 판단과 국민적 판단, 역사적인 판단이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망언을 하여 시끄럽고, 킹크랩 여론 조작으로 김경수 경남 지사가 법정구속 되어서 국회는 대립으로 식물국회가 되어 있다. ‘국회는 일 하는 곳이 아니고 싸우는 곳이다. 싸워야 공론화(公論化)가 되고 옳고 그름이 가려진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은 욕먹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일리가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관광버스 안에서 자기소개 겸 인사말을 할 기회가 있어서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산에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하고(근면), 산에 가면 한 걸음 한 걸음 땀 흘리며 자기 발로 걸어가야 하고(정직), 함께 산을 오르는 동행자를 배려하며 오르며 내려오면서 스치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다정한 인사도 나누는 열린 마음이 된다(성실), 특히 산의 정상에 오르면 오래 머물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곧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하는 삶의 겸손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지혜의 상징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을 비롯해서 어떠한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다. 물이 없으면 사막이다. 또한 물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어 주기도 하고 웅덩이가 있으면 고여 있기도 하고 소용돌이를 만나면 기다렸다가 흘러간다. 봄비도 되고 폭우, 홍수도 된다. 잘난 체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우겨대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서 마침내 평등과 자유, 생명과 진리의 바다에 닿는다. 그래서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주장했다.
지난 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만에 산에 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오랜만에 가는 산행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김밥과 떡 한 덩어리로 아침을 때우고 10시 30분에 충북 영동군 어곡리 매표소에 도착했다. 일부는 산 아래에 남아서 시간을 보내고 일부는 소백산 등산을 시작했다. 나는 곧 나 자신의 방심과 준비 부족을 깨달아야 했다. 서울 시내에서는 눈이 거의 없고 눈이 조금 내렸다는 뉴스는 며칠 전에 보았다. 그래서 눈길이나 빗길에 발에 채워야 하는 아이젠을 안 가지고 온 것이다. 산을 조금 오르니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등산로를 덮고 있었다. 후회는 이미 늦었다. 올라갈 때는 그래도 좀 나으나, 내려갈 일이 걱정되었다.
미끄럽지 않은 곳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딛으며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중턱 쯤 오르니 완전히 눈꽃 세상이었다. 잎새를 모두 떨구고 맨몸, 나목(裸木)으로 서있는 나무 가지가 온통 새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환상적인 풍경이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다른 별나라에 온 것처럼 눈꽃 세상, 하늘까지도 눈꽃으로 덮힌 완전한 설국(雪國)이다. 아,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조화에 경탄과 감탄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눈을 뜰 수 없고 눈이 아릴 정도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능선을 지나서 해발 1439m의 비로봉(毘盧峰)에 올랐다. 산행 출발지 어곡리 매표소 어의곡주차장에서 5.1km 거리를 4시간 걸어서 오후 2시 30분에 비로봉에 도착했다.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하여 하산을 서둘렀다.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못 먹은 김밥을 천동쉼터에서 오후 세 시경에 점심으로 먹었다. 가지고 간 생수도 얼어붙어서 먹지 못하고 바로 출발해야 했다.
비탈진 하산길은 완전히 나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하는 길이었다. 아직도 녹지 않은 길은 눈과 얼음으로 덮혀 있었다. 발걸음 하나하나 내딛을 때 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하여 자세를 낮추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아이젠을 챙겨서 가져 오지 못한 나의 방심과 준비 부족을 뼈아프게 뉘우쳐야 했다. 시련의 시간이다. 만약 넘어져서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큰일이다. 미끄러져서 골절(骨折)이라도 되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오직 나의 시력과 발, 정신력과 체력을 믿을 뿐이다.
산에서 내려올 때를 더 조심해야 한다. 권력의 자리에서나 우리네 삶에서 끝마무리가 더 중요하듯이, 하산길은 많은 교훈을 준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눈이 없는 평지 길이 나오는 비탈길, 눈길이 거의 끝날 무렵, 나는 빙판(氷板)을 덮고 있는 눈을 딛고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백두산 보다는 낮은 소백산을 찾았지만,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나의 방심과 불성실을 소백산 산신령님이 사랑의 체벌을 내려주신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참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산행이었다.
비로봉에서 천동매표소까지 하산길 7.2km를 세 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아침도, 점심도 김밥과 떡 한 덩어리 먹으며 소백산 비로봉 12.3km 산길을 오르고 내려오는 데에 7시간이 걸렸다. 일행을 만나서 집에 오니 오후 8시였다.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서민들의 삶은 언제나 힘들고 팍팍하다. 그러나 법적인 판단과 국민적 판단, 역사적인 판단이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망언을 하여 시끄럽고, 킹크랩 여론 조작으로 김경수 경남 지사가 법정구속 되어서 국회는 대립으로 식물국회가 되어 있다. ‘국회는 일 하는 곳이 아니고 싸우는 곳이다. 싸워야 공론화(公論化)가 되고 옳고 그름이 가려진다’는 박지원 의원의 말은 욕먹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일리가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