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의 정신은 쾌적하고 나의 몸은 가볍다. 생명력(Vitality)의 3대 기본 측정지표인 혈압(80∼120)과 맥박(60∼70), 체온(36.5, 36.6, 36.7)은 단식 중에도, 단식 이후 한 달 가까운 지금까지도 모두 정상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내가 23일간 단식했고,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과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 원내·외 7개 정당이 당운(黨運)을 걸고 투쟁했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일 간 단식했고, 정동영 민주평화화당 대표가 정치개혁공동행동과 함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했으며, 2016년 추운 겨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하여 연인원 2천만 명의 23차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570여개 시민사회단체(정치개혁공동행동)도 7개 정당과 연대하여 손잡고 함께 투쟁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아직도 안개 속에 있다.

민주평화당은 지하철역 등을 찾아다니며 홍보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바른미래당도 푸드 트럭을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서 심의 중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결과가 불투명하다. 방향과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안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갈 길이 멀다. 각자의 처지와 의견과 손익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한강성심병원에 있을 때, 병실을 찾아온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나눈 대화가 새삼 떠오른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일이라서 쉽지 않다’고 했다. 나는 ‘동네 통장이나 반장도 그만 두라고 하면 물러나지도 않고 바로 원수가 되어 버린다’고 말했다.

그 동안 각별히 배려해 주시고 기자 회견장까지 참석해서 인사 말씀을 해 주신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 한강성심병원을 찾아주신 장병완 원내대표, 유성엽 수석최고위원, 천정배 민주평화연구원장, 정호준 서울시당 위원장, 전화로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최경환 최고위원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천막당사와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배려해 주신 문정선 대변인, 기자 회견장에 함께 해주신 홍성문 대변인, 박춘림 성북갑 위원장, 이채현 서울시당 사무처장, 유희석 종교소통위원장, 병실을 매일 방문해 주신 박춘림 성북갑 위원장, 이승한 관악갑 위원장, 안풍 부산 영도·중구 위원장, 강신복 정책위 부의장, 조용금 노원을 위원장, 김종구 사무부총장, 손동호 당대표 비서실장께 깊이 감사드린다.

민주평화당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소통의 광장 바이버방과 페이스북 등에서 댓글로 격려해 주신 많은 지역위원장들과 페이스북 친구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농성장 관리와 뒷바라지에 수고가 많았던 양윤녕 기획위원장과 김영동 조직위원장, 이진 조직국장 등 사무처 당직자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농성장과 병실을 찾아준 노원구 당직자들과 친지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네 삶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이다. 바람 불고 티끌 많은 풍진(風塵) 세상에서 힘들어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만 힘들고 나만 억울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힘들고, 마음대로 되는 일 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은 것이 세상사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도, 삶도, 세상도 끝없이 흘러가고 변화한다. 특히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로서 무상(無常)하기 그지 없다. 인생 무상, 정치 무상이다.

현대는 불확실성과 변혁의 시대이다. 수많은 장애물과 암초(暗礁)를 뛰어 넘어서 무언가 가치와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좌절과 아픔을 딛고 일어나고 또 일어나서 이를 악물고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 실패와 절망과 수모(受侮)에 주저앉으면 슬픔과 회한(悔恨)의 밑 모를 늪에 빠질 뿐이다.

‘살아서 숨 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하늘이 준 너무나 큰 축복이다. 몸이 떨리도록 눈물겨운 축복이다. 힘이 있는 한, 끝없이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