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음식을 먹는 일은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제 1조건이요, 절대 필수조건이다. 사람에게 먹는 문제가 가장 크다. 배가 부른 후에야 체면도, 예의도, 명분도, 명예도, 꿈도 생각할 수가 있다. 보통 사람은 일주일 정도만 굶겨 놓으면 다른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백성을 배부르게 한다는 것, 민생고(民生苦), 민생, 경제 문제 해결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가 지도자의 첫 번째 책무다. 백성을 배부르게 한다는 것은 ‘함께 잘 사는 행복한 포용국가’를 뜻한다.

단식 목적도 육체 건강을 위한 단식, 정신 수양(수도(修道))을 위한 단식, 항의와 저항을 위한 단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단식 장소도 정당 당사나 천막 등 투쟁 장소, 병원과 학교, 교회나 사찰 등 많다. 중요한 것은 단식은 인간의 육체적·정신적인 한계에 대한 도전과 시험이며, 처절한 자기와의 투쟁이다. 외부로 내건 단식의 명분과 목적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인내와 투지로 견디어내고 이겨내지 않으면 단식을 지속하거나 목표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단식은 자기와의 투쟁이다. 단식은 자기와의 투쟁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한강성심병원에서 단식 11일째 되던 2018년 12월 13일(목)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오전 11시까지 단전(丹田)호흡과 내공(內攻)의 호흡을 하고 잠들었다. 그런데 꿈결인 듯 온 몸이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서 황홀하고 단식 시작 이후에는 고개 숙여있던 나의 생식기가 힘 있게 발기(勃起)해 있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체험을 했다. 구름 속인 듯, 다른 세계인 듯 따뜻하고 신비로운 세계였다. 우리 몸은 작은 소우주(小宇宙)이다. 진실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다.

몸 앞면의 임맥(任脈)과 뒷면의 독맥(督脈)의 혈맥(血脈)과 경혈(經穴), 기(氣)가 뚫려 버렸는지, 그 날 이후 나는 단식을 계속해도 지치지 않고 온 몸이 따뜻하고 몸이 가볍고 정신이 상쾌했다. 임맥과 독맥이 통해 버리고 운기조식(運氣調息)의 호흡법이 잘 되면 나온다는 입 안의 침(玉水)이 그 시간 이후부터 단식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리고 죽을 먹으며 보식(補食)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까지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 편으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진실되게 단식을 하고 인내하고 기도하고 내공의 호흡을 해서 하늘이 내려준 눈물겨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런 힘도 없고, 낮에 뜬 낮달처럼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민주평화당 지역위원장이지만, ‘무늬만 투쟁’이 아닌 ‘투쟁의 진정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 남을 의식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진정한 투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밖으로 내건 명분과 안으로의 진실이 부합하는 ‘진리를 위한 투쟁’을 보여 주고 싶었다.

2018년 12월 13일, 단식 11일째, 한강성심병원 703호실에서 있었던 신비로운 체험 때부터 말이나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하고 무한한 ‘진실의 힘’, ‘진리의 힘’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표현할 적절한 말이 없어서 부득이 편의상 진실의 힘, 진리의 힘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나 자신과의 약속 이행,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이 알아주든 말든, 나는 승자다. 동시에 뼈를 깎는 처절한 자기 성찰과 참회(懺悔)의 시간도 가졌다. 나는 시련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이다.

말 많은 세상, 말 많은 정치판이라서 나의 단식 투쟁에 대해서도 취지와 긍정적인 면은 보지 않고 부정적인 면만 보면서 ‘금식 기도원에 가서 단식해라’, ‘그런다고 공천 주는 것 아니다’, ‘개인도 당도 득(得)이 안된다’ 등 비아냥과 수모(受侮)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생 도처에 널려있는 교만과 거짓, 이기심과 무례는 수천 년 인류의 영원한 적(敵)’이라는 평소 나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