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째 왔다갔다 한다. 할머니가 좀 이상해요” 최근 부산시 서구 한 파출소에 이런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보따리 2개를 부등켜 안은 채 딸 얘기만 반복했다. 자신의 이름도, 딸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이 수소문해 딸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딸은 얼마 전 출산한 아이와 누워 있었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풀어 식은 밥과 미역국, 나물을 내놨다고 한다. 얼마나 가슴시린 이야기인가.

‘메디컬 투데이’에 의하면 최근 7년 동안에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가 3.8배나 증가했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치매관련 질환진료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7년 간 40대 미만 치매진료 인원은 40%, 진료비는 110% 증가했다고 한다. 그동안 할머니와 같은 치매 환자가 약 두 배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하는 2009년 21만6656명이던 치매환자가 지난해 40만5475명으로 87.2% 증가했다. 이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다. 집이나 요양원에 있는 경우를 더한 실제 환자는 훨씬 많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 이 나라는 치매노인 실종사고가 연간 8000건에 달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우울한 소식이다. 특히 치매노인들은 실종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 노인으로 추정되는 실종치매환자의 수는 2010년 6569명에서 2011년 7604명으로 급증한 뒤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술적으로 보면 하루 평균 20명이 넘는 치매 노인이 실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게 하지말자. 가벼운 운동 반복해서 시키고 야외활동 도와주자. 환자와 언쟁 피하고 사진첩 보여주며 추억 얘기 들려주자’ 이 말은 노인 전문병원 의사들이 전하는 한결같은 치매 간병 가이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인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65세 이상 치매(알츠하이머병)환자 인구는 56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2025년에는 환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20년마다 거의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에 따른 국가재앙은 암보다 더 무섭다는 치매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자살사망률과 자살증가율이 세계 1위다.

행복지수는 26위다. 현재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 스트레스가 자살로 또는 치매로 미래에 대한 것이 출산율로 드러난다. 이대로라면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불안하고 두렵다는 것이다.

치매환자의 급증은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있다. 치매환자는 기억장애에서부터 시공간 지각장애, 성격변화는 물론 우울 무감동, 무관심, 초조, 불안 등의 행동 심리 증상까지 동반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완치약도 아직 없다. 조기 발견해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환자를 혼자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간병인이 꼭 있어야 한다.

치매는 환자자신은 물론 간병하는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준다. 치매를 앓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노인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하려한 사건도 우리는 보아왔다. 치매환자는 감정적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말기 치매환자라도 돌봐주는 사람의 말투나 눈빛을 느낀다.

치매환자는 기억은 잃어가지만 좋은 감정, 싫은 감정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고 한다. 이는 환자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표현이나 행동에 의해 증상이 호전 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반대로 치매 환자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등의 감정적 표현을 보일 때는 다른 욕구나 통증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원인이 제거되면 자연히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해 전문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치매가족이 치매환자에 대한 궁금한 점과 고민거리가 있을 때 언제든지 물어보고 즉시 답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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