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5일(화) 성탄절에 나는 23일째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서 끓여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여건이 되면 25일이나 27일정도 단식을 하고 싶었으나, 아쉬움을 머금고 단식을 중단했다. 병원을 떠나서 자택에서의 단식은 너무나 위험하고, 병원에서의 장기간 단식도 만약의 불상사를 걱정하는 담당 의사의 부담을 더 이상 줄 수가 없었다.

나의 의지와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나 자신과의 투쟁에서 최선을 다했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투쟁을 했다. 내 생애에서 사법시험 준비할 때, 고창군 선운사 참당암(懺堂庵)에서 30일간 단식을 한 이후, 이번 23일간의 단식은 두 번째 장기간 단식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 생애에 이런 장기간의 단식은 힘들어서 다시는 못할 것 같다.

1987년 9월 2일 서울 성동구 능동에서 한국단식연수원을 개원해서 중앙일보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대학신문에 유료 광고를 내면서 찾아온 사람들을 지도하면서 수시로 7일간 단식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했지만, 근래는 의지가 약해서인지 단식을 못했다.

단식 16일째에 호남신문에 칼럼을 썼다. 단식 기간 생각나고 특이한 사실을 적고자 한다. 농성이든, 단식 투쟁이든 한 장소에서 24시간 머물면서 하는 것이 관례이고, 상식이고, 편의적 여건인데, 나는 국회 본관 계단 앞 민주평화당 천막당사, 국회본관 3층 현관 로텐더홀, 자택, 국회 앞 사우나,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상계버론정형외과 등 여섯 곳을 전전하면서 23일간 단식을 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시련은 더욱 세찼다. 나는 이를 악물고 견디고 이겨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자이다.

대학 2학년 때, 정릉 산 속에 있던 남곡선원(南谷禪院)에서 남곡산(南谷山) 선생에게서 배운 운기조식(運氣調息)의 호흡법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견디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운기조식은 기(氣)를 호흡과 함께 온 몸에 순환시키는 중국 소림사(少林寺) 달마(達磨)대사의 신비에 쌓인 세수역근경(洗髓易筋經)에 있는 심신 수련법이다. 호흡과 기를 회음혈(會陰穴, 항문)에서 시작하여 관원혈(關元穴, 丹田)을 거처서 우리 몸의 앞쪽의 정중선(正中線)을 따라 눈 속까지 올라가는 임맥(任脈)과 미추골(尾椎骨, 꽁무니뼈)에서 시작하여 척추(脊椎) 속을 따라 올라가다가 뇌 속으로 들어가 정수리로 나온 다음 이마와 콧마루를 거처 윗 잇몸 속으로 들어가는 독맥(督脈)을 연결하여 순환시키는 운기조식의 내공법(內攻法)이 아니었다면 나는 견디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삼(56세) 통일민주당 총재는 전두환 군사독재시대, 1983년 5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3주기 되는 날, 대통령 직선제와 정치범 석방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하여 단식 8일째 병원에 입원하고 23일간 단식을 했다. 김대중(66세) 평화민주당 총재는 1990년 10월 8일,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요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하여 단식 8일째 병원에 입원하고 13일간 단식을 했다.

나는 김대중 총재 단식 11일째,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원부국장으로 있으면서 단식 전문가로 초대 받아서 총재실 뒤의 별실에서 30여 분간 독대하고 단식 자문을 해드린 일도 있다. 참 어둡고 힘든 시절이었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