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2월 18일(화), 단식 16일째이다. 지난 3일 국회 본관 계단 앞, 민주평화당 천막당사에서 시작하여 이곳 노원구 상계동 소재 상계 바른정형외과 병실에서 16일째를 맞는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다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인 투표가 절반이 넘게 사표(死票)가 되어 버리고, 득표율 보다 거의 두 배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차지하는 정당이 있는가 하면, 득표율 보다 훨씬 적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정당도 있다.

이것이 현행 공직선거법의 큰 적폐이다.

또한 여성이나 청년, 농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많은 인구(유권자)를 차지하면서도 국회나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비율은 너무나 적다. 이러한 폐단을 고쳐서 경제적.사회적 약자들도 자기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국회와 지방의회에 보내서 그들의 의사와 이익과 권리를 지켜야 정치적 약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과 정당 간에 벌이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민의가 제대로, 그대로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한 중요한 기초다. 불신의 1순위이고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정치이고 정치인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이 있고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정치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와 경제를 개혁하려면 정치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개혁하려면 우리 정치의 기초를 형성하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공직선거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정치 적폐와 경제 적폐.사회 적폐를 청산하는 첫 단추는 마땅히 정치 적폐를 뜯어고치는 적폐선거법의 개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이상적인 선거제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들도 그들의 대표자를 연방의회와 지방의회에 보내서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의원들도 적은 보좌진을 데리고 검소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천막당사에서 시작한 나의 단식 투쟁은 3일간은 오후 9시가 되면 멀리 떨어진 노원구 자택으로 출퇴근하면서 했고, 4일째부터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시작되어서 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올라가서 밤을 새웠다. 알지 못했던 국회 본관 지하 1층에 있는 사우나에 가서 샤워도 했다.

함께 밤 새워 단식 농성했던 손 대표를 사우나 안에서 만나서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다. 단식 7일, 8일째는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후 9시 이후에 천막당사에서도, 로텐더홀에서도 쫒겨나서 국회 앞 어느 사우나에서 자야만 했다.

12월10일(월), 단식 8일째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당대표, 홍성문 대변인, 박춘림 성북갑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바로 119구급차에 실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703호 입원실에서 12월 15일(토)까지 6일간 머물렀다.

12월 15일 오후 1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 원내대표들의 공동기자회견이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합의인데,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갈 길이 구만리다.

사람이 숨을 안 쉬면 바로 죽는다. 물을 안 마셔도 얼마 못 산다. 그러나 밥이나 음식물은 상당기간 안 먹어도 살 수 있다. 8일째 생수만 먹고 물을 안 먹고 한강성심병원에 갔더니, 응급실 담당교수(의사), 병실 담당 교수(주치의)의 공통된 지적은 "탈수가 심하다. 피가 산성화 되었다. 콩팥이 안 좋아졌다. 이대로 단식을 계속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다"였다.

나는 바로 죽지 않으려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수액과 영양제 주사를 맞고 있다. 생수가 나의 유일한 음식물이다. 생명은 고귀하다. 특히 젊은 청춘들이 죽어가고 있다. 나는 나의 인내력의 한계까지 단식을 계속하면서 견디어 보고자 한다. 정동영 당대표 등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주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