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당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당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모여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거대 양당은 결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이미 국민적 합의가 되었다. 민심 그대로 득표율대로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성 강화, 다양한 계층이 국회에 참여하는 대표성을 강화하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대립과 정쟁의 승자독식 구조를 타파하고 다당제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미 지난 18대, 19대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또한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도 여러 차례 약속했고,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2000년 4월 예정인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려면, 올해 안에 국회에 설치되어 있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하고 12월 9일 끝나는 정기국회에서 가결되어야 한다.

문제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자세에 있다. 거대 양당의 무책임과 방관이 계속되고 있다. 득표률대로 의석을 배분한다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현재의 의석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양당이 손해라는 당리당략이 작용한다.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어서 연방의회, 주의회, 유럽의회에 1명이라도 진출한 정당이 19개, 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선거연합은 70개이다. 극한 대결과 정쟁이 아니고 대화와 타협, 협치의 민주주의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소수와 사회적 약자의 의사와 이익을 무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민심 그대로 국정에 반영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다.

지난 6·13지방자치선거 서울시의원(광역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득표율 50.9%로 서울시의회 의석 92.7%를 차지했다. 이것은 국민의 주권을 왜곡하는 중대한 잘못이다.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인 선거권, 투표를 사표로 만들어 버리는 반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 한 표라도 이긴 자가 당선되고. 한 표라도 적어서 낙선한 사람에게 던진 투표는 거의 사표(死票)가 되어 버린다.

민심 왜곡(歪曲), 승자 독식(獨食)의 현행 선거법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제대로 된 참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국가의 운영이 국민의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명제(大命題)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존재 목적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복리와 행복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하여 사용하여 달라고 한시적(限時的)으로 위임해 준 국가 권력을 거꾸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탄압하고 압제하는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투표)를 통해서 만이 주권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선택이 사표가 되어서 무시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약자들의 권리와 행복을 위하여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두 번의 대선 공약과 더불어민주당 당론이고, 여야 지도부가 공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서 올해 안에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 다만 거대 양당의 방관과 소극적 태도가 문제다, 민심을 왜곡하지 말고 정의롭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주저함이 없이 과감한 적폐청산과 정치개혁, 경제사회개혁, 생활개혁에 일로(一路) 매진해야 할 것이다. 더 시간이 가고, 국정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적폐청산과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