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던 손흥민(토트넘)도,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를 날려주던 기성용(뉴캐슬)도 없었다. 하지만 벤투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과의 원정 무승부는 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9 아시안컵 전망을 밝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치렀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원정 평가전인 이번 경기에는 붙박이로 입지를 굳힌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정우영(알사드), 황희찬(함부르크)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소속팀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대거 빠졌다. 징계로 대표팀을 떠난 장현수(FC도쿄)를 포함하면 베스트 11으로 분류되던 이들 중 6명이나 바뀐 셈이다.

비록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1-1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벤투호는 아시안컵 우승팀인 호주를 상대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중원에서는 황인범(대전)의 역할이 컸다. 손흥민의 등번호인 7번을 배정받은 황인범은 기성용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황인범은 안정적인 패스와 장기인 발재간을 이용해 공격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공격시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 배치돼 공을 전개하는 것과 코너킥 처리 등도 그의 몫이었다. 후반 중반에는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지는 무회전 프리킥으로 직접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수비에서는 김민재(전북)가 장현수의 공백을 완전히 지웠다. 벤투 감독은 앞선 경기들에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장현수를 중심으로 수비진을 꾸렸다. 하지만 장현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을 완전히 떠나게 되자 김민재를 대체자로 발탁했다.

형들의 플레이를 눈에 담으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던 김민재는 이날 후반 40분 교체되기 전까지 제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탄탄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덩치 큰 호주 선수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절묘한 태클로 호주의 침투 패스를 차단해 실점 위기에서 구한 것도 김민재였다.

전반 22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골에는 직접 관여했다. 수비 진형에서 공을 잡은 김민재는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들던 황의조에게 긴 패스를 배달했다. 김민재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황의조는 드리블 돌파 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청용(보훔)은 파괴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노련한 플레이로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주세종(아산) 또한 골과 진배없는 프리킥으로 장점을 뽐냈다.

자신의 자리에서 빈틈을 메워준 선수들 덕분에 한국은 무승부라는 성과를 냈다. 상대 팬들로 가득한 원정 경기인데다 절반 이상이 바뀐 한국과 달리 호주는 100% 전력으로 임했기에 충분히 의미를 둘만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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