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주춤했던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 8번째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년차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성현은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대회를 마치고 박성현은 "올 시즌 초반 두 차례나 컷 탈락하고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깨끗하게 잊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LPGA 투어 데뷔와 동시에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2승을 거뒀다. 신인상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까지 휩쓸며 순식간에 정상급 선수로 발돋음했다.

투어 사상 가장 빨리 상금 100만 달러와 200만 달러를 차례로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2년차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가 부담이 됐는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출발을 했다. 앞서 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9위를 한 것이 전부다. 그 사이 지난해 한 차례도 없었던 컷 탈락을 두 번이나 겪었다.

작년에도 14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신고했지만 준우승 한 차례 포함 '톱5'에 4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올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는 오히려 늘었고, 그린 적중률도 소폭 향상됐다. 다만 퍼팅이나 그린 주변 등 매끄럽지 못한 쇼트게임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주전 'LA 오픈'에서 시즌 두 번째 컷 탈락한 뒤 일찍 대회를 마치고 퍼트 연습에 매진했다.

박성현은 "원래 쇼트게임보다 샷을 더 연습하는 편인데 지난주엔 샷 연습을 줄이고 쇼트게임에 투자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퍼터도 일자형에서 헤드가 큰 맬릿 퍼트로 바꾸고 퍼팅 어드레스도 좀 낮췄다"고 설명했다.

강풍과 비로 인한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고 취소되면서 당초 72홀에서 36홀로 대회가 축소됐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박성현은 불평을 하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연습에 시간을 할애했다.

박성현은 "모든 선수들이 지쳤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골프장을 왔다갔다 몇 번을 했지만 날씨 때문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습하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연습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이번 대회 몇 차례 선보인 환상적인 쇼트게임은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종일 2라운드에서 첫 홀부터 보기를 했지만 4번 홀(파5)에서 멋진 칩인 이글로 만회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그린 밖에서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며 2위와 격차를 벌리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박성현은 "첫 홀을 보기로 시작하면서 조금 어려웠는데 이후에 칩인 이글이 나오면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마지막 홀 칩샷도 굉장히 어려웠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잘 쳤다는 생각은 했지만 빨려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올 시즌 8번째 대회 만에 마수걸이 우승을 하며 결과적으로 작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초반 부진 탓에 우려됐던 '2년차 징크스'도 조기에 털고 앞으로 있을 대회에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해 박성현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얘기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며 "나도 우승을 했으니 2년차 선수들이 부담 없이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시즌 시작하기 전에 올해 목표를 3승으로 잡았는데 텍사스 대회에 앞서 준비했던 것처럼 쇼트게임 시간을 늘리며 좋은 느낌을 확실히 가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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