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DB의 베테랑 포워드 윤호영(34)은 생애 첫 챔피언 반지를 향한 열망이 대단하다. 팀의 에이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국가대표로 부족할 것 없는 커리어를 쌓았지만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없다.

일단 출발은 좋다. DB는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1차전에서 93-90으로 승리해 기선을 제압했다.

윤호영은 15분54초 동안 6점 2리바운드 2블록슛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미미해 보이지만 공수에서 밸런스를 잘 잡았다.

이상범 DB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윤호영을 3·4쿼터 승부처에서 주로 기용했다. 철저한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전격 선발로 기용했다. 전술의 핵심이고, 경험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윤호영은 한때 '윤미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렸다. 공격보다 수비적인 성향이 강해 수치로 드러나는 기록이 보잘 것 없다는 데서 나왔다.

감독들의 생각은 다르다. 197㎝의 큰 신장에 내외곽 플레이에 모두 능하고 스피드를 겸비했다. 특히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신인 시절부터 김주성과 '동부산성'이라고 불리며 막강한 높이를 과시했다. 블록슛 타이밍이 매우 좋다.

이런 장점은 그를 정규리그 MVP,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하지만 무관이다. 앞서 챔피언결정전에 세 차례 진출했지만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윤호영이 부진했다고 볼 순 없다. 첫 챔피언결정전이었던 2010~2011시즌에 평균 7.7점 6리바운드 2.8어시스트 1.5블록슛, 2011~2012시즌에 13.2점 5.5리바운드 2어시스트, 2014~2015시즌에 10.7점 5.3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주축 선수로 제몫을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이번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에 부상 재활로 뒤늦게 합류한 윤호영의 의지는 남다르다.

윤호영은 "일단 1차전에서 승리해 기분이 좋다. 분위기를 빼앗기지 않아 다행인 것 같다"고 짚었다.그러면서도 "사실 초반에 분위기를 우리가 잡았지만 우리가 스스로 말아먹은 경향이 있다. 선수들과 부족한 부분을 다시 얘기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아픈 기억이다. 당시 동부(현 DB)는 정규리그에서 44승10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안양 KGC인삼공사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6차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우승이 간절하다"는 윤호영은 "꼭 간절함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막 달려들고 우승에 목을 맨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코트에 들어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자세다.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DB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전력누수가 더 심해진다. 베테랑 김주성이 은퇴하고 정규리그에서 MVP를 받은 두경민은 군에 입대한다. 상무에 있는 허웅은 다음 시즌 중반 이후에나 복귀한다.

윤호영에게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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