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부터 연일 쏟아지는 홈런포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밤낮 없이 경기장과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터진다. 이쯤되면 투수들이 홈런 노이로제를 호소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KBO리그에서는 4일까지 팀당 10경기씩 총 50경기가 열린 가운데 총 132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2.64개꼴로 타구가 담장 밖을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50경기 기준) 79개와 비교하면 무려 53개(67%)나 급증했다.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가장 많다.

장타율도 지난해 0.383에서 올 시즌에는 0.450로 크게 올랐다. 홈런뿐 아니라 큼지막한 타구가 그만큼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보통 시즌 중 홈런은 날이 더워지면 더 늘어난다. 투수들의 힘이 빠지면서 구위가 떨어지는 반면, 타자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감각을 찾기 때문이다.

올 시즌 시범경기가 단축되고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선수들이 일찍부터 컨디션을 끌어 올린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초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역대급' 홈런 페이스다.

분위기대로라면 지난해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547홈런(경기당 2.15개)을 뛰어 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수치상 1900홈런도 가능할 전망이다.

'홈런 군단'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에도 무섭게 홈런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10경기에서 26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1일 한화전에 이어 3일 KIA를 상대로도 6개의 홈런을 때려내 역대 최초 2경기 연속 6홈런 이상 신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초반 홈런이 급증한 데는 '소총부대' KT 위즈의 변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119홈런으로 팀 홈런 9위에 머물렀던 KT는 10경기 동안 22개를 때려 SK에 이어 2위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지난해 170개를 때려낸 KIA 타이거즈는 19개로 페이스를 더 끌어 올렸다. 원조 홈런 군단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넥센 히어로즈도 17개를 터뜨리는 등 4개 구단이 홈런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박병호(넥센)와 김현수(LG), 황재균(KT) 등 빅리거들의 합류도 홈런 수 증가의 이유로 들 수 있다. 이들은 8개를 합작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30홈런이 가능한 타자들이다.

거포형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도 요인이다. 지난해 102경기에서 31홈런을 기록한 제이미 로맥(SK)은 최근 5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83경기 18홈런을 때린 멜 로하스 주니어(KT)도 초반부터 방망이가 뜨겁다. 한화 새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도 9경기에서 3홈런을 기록해 파워가 돋보인다.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늘어나면서 20홈런 타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홈런 타자는 25명이었다. 144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2015시즌부터 20홈런 타자는 매년 30명을 넘지 않았다.

현재 2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33명이나 된다. 3개 이상 타자도 18명에 이른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20홈런 이상 타자가 30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홈런 숫자만큼이나 홈런왕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SK 김동엽과 로맥은 6개씩을 날려 홈런 부문 공동 선두다. 2년 연속 홈런왕 SK 최정도 5개를 때려내며 3연패를 향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집안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는 4개로 이들을 바짝 추격 중이다. 로하스와 KT 괴물 신인 강백호 역시 4홈런으로 초반 페이스가 좋다.

2경기당 한 개꼴로 홈런을 생산해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3할의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꾸준히 홈런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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